24일부터 코스트코 전용카드가 된 현대카드와 전용카드 지위를 뺏긴 삼성카드가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수수료 개편으로 카드사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낮추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오히려 과당경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최근 마케팅은 일시적 이벤트로 보지만,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부터 코스트코 전국 16개 매장과 온라인몰에서는 오직 현대카드나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하고, 기존 결제 카드(삼성카드)는 사용할 수 없다. 코스트코는 카드사 단 한 곳과 제휴를 맺는 ‘1국가 1카드’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현대카드는 19년만에 코스트코 제휴 카드사 자리를 따냈다. 현대카드와 코스트코의 계약 기간은 10년이다.
코스트코 고객은 190만명에 달한다. 삼성카드는 기존 고객 이탈을 막아야 하고, 현대카드는 신규 고객을 최대한 많이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코스트코 고객의 향방에 따라 중위권으로 분류되던 현대카드가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대규모 출혈을 불사해가며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현대카드는 기존 코스트코 삼성카드보다 적립률을 최대 2%포인트 높였다. 또 코스트코 연회비를 현대카드를 통해 납부하는 고객들 중 추첨을 통해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15대, 샤넬·오메가 등 명품 등 경품 지급 이벤트도 진행했다.
게다가 현대카드는 이날부터 2주간 코스트코에서 이 카드로 결제할 경우 최대 12개월까지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최근 무이자 할부가 3개월 또는 6개월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앞서 삼성카드 역시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기존 코스트코 회원 고객들을 대상으로 12개월 무이자할부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초 23일까지 하려고 했으나 현대카드 측이 "과당 경쟁을 부추긴다"며 강력히 반발한데다 금융당국도 제동을 걸면서 중단했다.
삼성카드는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못하게 된 대신 다른 전략을 구사 중이다. 기존 코스트코 회원 고객을 잡아두기 위해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진행하고, 기존 코스트코 카드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에서 사용할 경우 1%를 적립해주기로 했다. 또 이마트 트레이더스나 홈플러스 등 경쟁 할인점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 할인 혜택을 탑재한 전용 카드를 내놨다. 이날 출시된 ‘홈플러스 삼성카드’는 홈플러스에서 이용 시 최대 5% 결제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이번 마케팅에 쏟아붓는 금액이 1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오랜 기간 한 카드사와만 거래해왔다보니 제휴 카드가 바뀌는 데 따른 일시적 이벤트인 것으로 파악 중"이라며 "성급히 액션을 취하지는 않겠지만, 과도한 마케팅은 시장질서를 흐트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각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가 발생할 경우 지속적으로 행정지도 해왔다. 지속적으로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