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중국 과학 일대일로에 개도국 기술종속 우려"

입력 2019.05.24 03:11

[번지는 美中 무역전쟁] 2주에 걸쳐 중국 집중 분석 "세계 과학지형 바꾸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의 조모 케냐타 농업기술대 과학자들은 올해 포도를 수확할 꿈에 부풀어 있다. 온실에는 아프리카 중부 국가에서 볼 수 없던 적포도·청포도가 주렁주렁 열매를 맺었다. 이 포도는 중국과학원 연구자들이 온도가 높고 건조한 케냐 기후에 맞게 개발한 품종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중국-아프리카 융합 연구 센터의 첫 결실이다. 양국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케냐의 쌀 생산량을 3분의 1 늘릴 신품종도 연구하고 있다.

중국이 북극에서 남미까지 전 세계 국가와 공동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과학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2일부터 2주에 걸쳐 중국의 과학 일대일로 정책을 5편의 특집기사로 다루며 "중국의 과학 일대일로가 세계 과학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개도국의 과학 발전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지만, 국제 과학계에서는 생태계 파괴와 경제적 예속을 가속화하고 과학의 군사·상업적 오용까지 부를 수 있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中, 126국 12만명 과학자와 교류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 세계 국가와 육·해로로 연결하는 일대일로를 주창한 이래 중국 과학계는 일대일로 협력국 126국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맺었다. 바이춘리(白春禮) 중국과학원장은 지난달 19일 국무원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 6년간 과학 일대일로에 18억위안(약 3100억원)을 투자했으며 12만명 이상의 과학자 교류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일대일로 전체 투자가 1조달러(약 1189조원)에 이르는 만큼 간접적으로 과학 협력에 투자한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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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네이처도 "미국과 옛 소련을 비롯해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유례가 없었을 만큼 중국의 과학 일대일로는 규모가 크고 협력 분야 역시 다양하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에는 식수 안전성과 신장병을 연구하는 실험실을 개설했다. 중국 벼연구소는 지난해 파키스탄 카라치대와 항저우시에 공동 연구소를 설립했다.

남미에서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등 세계 최대 규모의 천문관측 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중·동부 유럽 국가 16국이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중심부인 벨기에도 중국과 의료기기·태양전지 등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지금까지 해외에 과학기술교육센터 9곳을 설립했으며, 과학 일대일로를 위한 국제과학기구연맹(ANSO)도 출범시켰다. 또 기술 중심 기업들로 '일대일로 산업연맹'도 결성했다.

개도국은 과학 일대일로를 통해 자국의 현안을 해결할 연구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2016년 아프리카 39국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중국으로 유학 간 대학·대학원생은 6만2000여 명에 이른다. 중국은 프랑스 10만3000여 명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프리카 유학생을 유치한 국가다. 파키스탄의 경우 중국이 7000여 명의 석·박사 대학원생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홍성범 과학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과학기술 협력은 일대일로가 돈만 노린다는 비판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며 "차세대 통신 인프라나 농업·광업·에너지 개발도 과학과 연결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이익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생태계 파괴, 과학의 악용 우려도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일대일로가 지나가는 곳에 1739군데의 생물다양성 핵심 지역이 있다"며 "이 지역들에서 호랑이, 사이가산양 등 멸종위기 265종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개도국이 연구·기술협정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중국의 식민지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종선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은 "중국과 개도국의 과학협력이 늘어나면 교통과 에너지 등의 기술표준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말라리아 학자인 카미니 멘디스 박사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젊은 연구자들이 중국으로 몰리면서 서구 과학계와 연계는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쟁국과 갈등도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났다. 중국과 지역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인도는 스리랑카 정부에 여러 차례 중국과 과학 협력 규모를 축소하라고 경고했다. 지난 6일 핀란드에서 열린 북극이사회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극해가 인근 국가의 군비 경쟁과 영유권 주장으로 혼란스러운 또 하나의 남중국해가 되기를 원하느냐"며 중국의 북극 연구 기지, 위성기지국 건설 등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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