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삼성전자가 '부탁합니다' 이메일 보낸 까닭은

조선일보
  • 신은진 기자
    입력 2019.05.24 03:11

    "관련 임직원과 회사는 물론 투자자와 고객들도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3일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출입기자단에 보냈습니다. 그동안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수사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며 발언을 자제해 왔는데 이날 침묵을 깨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입니다.

    부시와 이재용의 만남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방한(訪韓)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30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부시 전 대통령은 방한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이 부회장을 만났다.
    부시와 이재용의 만남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방한(訪韓)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30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부시 전 대통령은 방한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이 부회장을 만났다. /삼성전자

    여기에는 삼바 수사 관련 여론전에서 더 이상 끌려 다녀서는 안 되겠다는 결의가 읽힙니다.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추측성 보도가 다수 게재되면서 아직 진실 규명의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라는 단정이 확산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날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검찰이 복원한 이재용 부회장 육성 통화 파일'은 미국의 바이오젠 경영진과 신약 등 정상적인 사업과 관련해 대화한 내용인데 마치 분식회계 등 범죄 혐의와 관련 있는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언론에서 '이 부회장을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몰아가며, '검찰 수사도 이 부회장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 역시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고 본 것입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검찰을 향해 '피의 사실을 흘리는 언론 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검찰을 의식해 우회적으로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물론 검찰도 '피의 사실 공표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올 3월 "수사 중 피의 사실이 유출되지 않게 주의하라"는 내용의 특별지시를 대검찰청에 보냈습니다. 당시는 동부지검이 현 청와대를 겨냥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가 한창일 때였지만 말입니다. 또 검찰이 경찰과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보장'을 검찰 수사권을 지키기 위한 주요 명분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삼성 관련 피의 사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는 이 나라 국민도 아닌 거 같다"며 삼성 내에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옵니다. 피의 사실이 쏟아져 나와 여론이 악화되면 결국은 재판에서 무죄가 나더라도 상처가 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삼성이 보낸 이메일을 보면서 "오죽 답답하면 이런 메일을 보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세계 1위 전자회사인 삼성전자마저 '양복'을 흔드는 '손'인 검찰에 대해서는 정공법으로 맞서지 못하고, 양복 탓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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