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빅데이터 규제는 그냥 둔채… "100만명 빅데이터 만들겠다"

입력 2019.05.23 03:07 | 수정 2019.05.23 07:43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정부, 바이오 투자 확대 발표… "신규 일자리 30만개 창출할 것"

정부가 100만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2025년까지 바이오 헬스 산업 R&D(연구·개발) 투자를 연간 4조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바이오 헬스는 미래형 자동차, 시스템 반도체와 함께 정부가 '차세대 3대 주력 산업'으로 선정한 분야다.

◇文대통령 "바이오 혁신 생태계 조성"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 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혁신적 신약 개발에 우리가 가진 데이터 강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기술 개발부터 인허가·생산·시장 출시까지 성장 전 주기에 걸쳐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신약과 의료 기기 개발 등을 위한 정부의 R&D 투자를 현재 연간 2조6000억원 수준에서 2025년 연간 4조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2030년까지 바이오 헬스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3배(6%)로 확대, 수출 규모를 500억달러(약 59조7500억원)로 늘리며 일자리 30만개를 창출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신약 개발 기업인들 만난 文대통령 -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22일 충북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오송 혁신 신약살롱’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손뼉을 치고 있다. ‘오송 혁신 신약살롱’은 신약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 등이 주도해서 만든 모임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민관 합동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2030년까지 제약·의료 기기 세계시장 점유율 6%, 5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고 (바이오헬스를) 5대 수출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 기업인들 만난 文대통령 -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22일 충북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오송 혁신 신약살롱’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손뼉을 치고 있다. ‘오송 혁신 신약살롱’은 신약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 등이 주도해서 만든 모임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민관 합동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2030년까지 제약·의료 기기 세계시장 점유율 6%, 5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고 (바이오헬스를) 5대 수출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바이오 헬스 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산업 기회를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합리화해 나가겠다'고 한 것은 원론적인 언급일 뿐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100만명 빅데이터를 새로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이미 있는 6조(兆)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게 더 우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바이오 업계 "규제 푸는 게 시급"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3대 목표

또한 정부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을 위해 희망자를 대상으로 유전체 정보, 의료 이용, 건강 상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환자 맞춤형 신약과 신의료 기술 연구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2021년까지 2만명 규모로 1단계 사업을 시작해 2029년까지 100만명 규모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산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바이오벤처 임원은 "국민 100만명의 유전자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업계의 오랜 숙원인 병원의 의료 데이터 접근 규제 완화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은 공공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규모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보건·의료 데이터만 해도 6조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시도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인 정보 보호 차원의 각종 '규제 장치'가 민간의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사실상 막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병원의 의료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해당 의료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만 최소 4개월 이상 걸린다. 그나마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매년 건강보험으로 진료받은 환자 중 3%를 무작위로 뽑아 이들의 진료 데이터를 익명으로 가공, 민간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1년씩 단절되기 때문에 장기적 분석이 어려워 별 쓸모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처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없도록 개인 정보가 빠진 의료 정보들을 바이오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알맹이인 원격 의료는 빠져"

의료 기술과 ICT(정보통신 기술)를 결합한 원격 의료 허용 등 핵심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영석 대한상의 규제혁신팀장은 "미국·유럽은 원격 의료가 전면 허용되고 중국도 텐센트·바이두 등 ICT 기업들이 원격 의료를 접목한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우리는 의료계 반대에 막혀 시범 사업 시행만 십수년째"라며 "우리나라도 정해진 것 외에는 모두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국제연구기관 글로벌 기업가 정신 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진입 규제 수준은 전 세계 38위로 미국(13위), 일본(21위), 중국(23위)은 물론 이집트(24위)보다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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