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면세점도 파리 날리는데 5곳 추가?...中 따이궁에 준 수수료만 1.3兆

조선비즈
  • 김은영 기자
    입력 2019.05.23 06:00

    강북은 ‘북적’, 강남은 ‘한산’...시내면세점 양극화 심화
    면세점 5개 추가 결정에 ‘치킨게임’ 우려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전경./김은영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9층 한 층을 매운 손님은 십여 명에 불과했다. 명품 매장도 마찬가지, 쾌적하다 못해 썰렁했다. 매장당 1~3명의 점원이 있으니, 손님보다 점원이 더 많은 상황. 한쪽 벽에선 왕홍(온라인 유명인)들이 즐겁게 쇼핑하는 영상이 나왔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는 없었다.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 강남면세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고객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지만, 쇼핑을 하기보다 휴대폰을 보거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구찌, 지방시 등 인기 명품 매장에도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면세점 강남시대’가 열렸지만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명동 일대 면세점이 관광객과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으로 북적이는 데 반해,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등 강남 지역 주요 면세점은 한산했다.

    강남 면세점이 힘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강남 지역의 저조한 관광 인프라, 차별화되지 않은 쇼핑 서비스, 시내 면세점 확충으로 인한 업체 간 경쟁 심화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면세점 매출을 좌우하는 따이궁들이 상품 구색이 많고 동선이 편한 강북 면세점을 주로 이용하면서 쏠림 현상이 강해졌다.

    서울 시내 면세점은 2015년 6개에서 지난해 13개로 늘었다.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면세점 시장도 지난 3월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전경./김은영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부 면세점은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동에 면세점을 운영하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330억원에 영업손실 419억원을 기록했고, 63빌딩에 갤러리아 면세점을 운영하는 한화는 3년 반 동안 1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중소업체는 더 심각하다. SM면세점은 시내면세점 매출이 2017년 913억원에서 지난해 585억원으로 36% 급감하면서 영업적자가 계속됐다. 최근 3년간 600억원의 손실을 낸 두타면세점은 영업 폐점시간을 새벽 2시에서 오후 11시로 단축하고 운영 면적을 기존 9개 층에서 7개 층으로 줄였다. 올빼미 족을 겨냥해 심야 영업을 차별화로 내세웠지만, 매출이 부진하자 고육지책을 낸 것이다.

    여기에 지난 14일 정부가 대기업 시내면세점 5곳(서울 3곳)을 추가 허용하면서 치킨게임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업계의 출혈 경쟁은 심각한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의 송객수수료(고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2015년 5630억원에서 지난해 1조3181억원까지 늘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은 직매입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타 유통과 달리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손님 유치 비용도 만만치 않다"라며 "기존 면세점의 안정화가 시급한 상황에 또 면세점을 늘리다니,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마이스(MICE·전시와 컨벤션 등 각종 행사)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만큼, 시내면세점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컨벤션 인프라가 집중된 강남 면세점의 경우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명품과 패션 사업에 노하우가 있는 한화가 면세점 사업을 중단한 것이 면세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며 "면세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매출 쏠림 현상도 심하다. 이런 가운에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공급하면 출혈 경쟁은 심해질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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