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재활용 플라스틱, 잘 썩는 플라스틱… 지구 살리는 화학공장

입력 2019.05.22 03:39 | 수정 2019.05.22 19:02

[질주하는 세계-기업] [9] 독일 바스프의 켐사이클링
한 공장의 부산물을 다른 공장 원료로 쓰는 '페어분트 시스템'
2800㎞ 파이프로 200여 공장 연결… 에너지효율 93% 업계 최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2시간 떨어진 만하임 근교에는 바스프가 조성한 세계 최대 복합 화학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땅에 건물 2000여 동이 들어선 '바스프 타운'이다. 전 세계 직원 12만명 중 3분의 1(3만9000명)이 여기서 일한다. 이곳에는 바스프가 '지속 가능한 화학 공장'을 위해 154년간 노력해 온 결실이 스며 있다.

폐플라스틱에서 오일을 추출하는 '켐사이클링'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독일 바스프 본사 연구원들이 각종 폐플라스틱을 살펴보고 있다.
폐플라스틱에서 오일을 추출하는 '켐사이클링'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독일 바스프 본사 연구원들이 각종 폐플라스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아래는 세계 최대 화학공장인 바스프 공장 전경. /바스프
지난달 8일 이곳에 들어서자 곳곳에 건물과 건물을 겹겹 연결한 파이프가 보였다. 안내 직원 일카 하세씨는 "이곳 200여 공장은 총길이 2800㎞에 달하는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며 "한 공장에서 나온 부산물을 다른 공장에서 재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스프의 이 시스템은 '페어분트(Ver bund·통합)'라는 이름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한 공정에서 나온 원료 찌꺼기, 증기 등을 다른 공정에서 원료나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순환 경제' 시스템으로, 한마디로 '버리는 게 없는 화학 공장'이다. 암모니아를 열분해해 나온 이산화탄소를 탄산가스 공장으로 보내 탄산음료에 넣는 탄산가스 원료로 사용하는 식이다. 하세씨는 "이곳 에너지 효율 93%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투입한 자원·에너지를 거의 다 활용하고, 부산물을 단지 7%만 버린다는 뜻"이라고 했다.

◇플라스틱에서 석유 뽑는 '켐사이클링'

154년 동안 끊임없이 '지속 가능성'에 투자해 온 바스프의 결실 중 하나가 바로 '켐사이클링'이다. 바스프 타운 한가운데에는 바스프의 심장이라는 '스팀 크래커(열 분해 시설)'가 있었다. 석유·천연가스를 고열에서 분해해 '화학의 쌀'이라고 하는 에틸렌·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그런데 바스프는 이곳에 화석연료 외에도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오일·가스를 넣고 있다. 바로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이다.

바스프가 구상하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 방식
현재 플라스틱 재활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1950~2015년 생산한 플라스틱 83억t 중 실제 재활용한 건 9%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현재 플라스틱 재활용은 대부분 분리 수거한 플라스틱을 녹여 재가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음식찌꺼기, 남은 화장품 등 잔여물이 있는 제품은 제거하는 비용이 더 든다. 종류가 다른 플라스틱이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어도 재활용이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스프가 개발한 것이 바로 켐사이클링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진공 상태에서 가열하면 오일과 합성 가스가 나온다. 이렇게 만든 오일·가스를 마치 석유·천연가스처럼 스팀크래커에 넣어 원료로 사용하면, 일반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안드레아스 키허러 지속 가능성 전략 책임자는 "켐사이클링을 활용하면, 금속이 섞인 전자제품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이 발전한다면 우리 자손들은 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오일·가스를 무한히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켐사이클링을 통한 플라스틱 생산은 아직 시범 단계로 두 자릿수 t이지만, 내년에는 이를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잘 썩는 플라스틱' 개발도 선도

바스프의 둘째 카드는 바로 '잘 썩는 플라스틱'이라고 하는 '생분해성(biode gradable) 플라스틱'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땅이나 바다에 버려도 일정 기간 지나면 미생물과 결합해 썩고 유기물만 남는다.

바스프 생분해 플라스틱 연구소에서 만난 글라우코 배타글리어린 박사는 바다와 산에서 실험 중인 생분해 플라스틱 샘플들을 보여줬다. 필름, 포크, 커피캡슐 등이 실제 벌레가 갉아먹은 것처럼 썩어있었다. 그는 "해양과학자 등을 동원해 바다와 산에서 기온·수질·토질에 따라 썩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실험하고 있다"며 "어떤 용도로 쓸 것이냐에 필요한 내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용도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다각도로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타글리어린 박사는 "강도 높은 자동차 부품용 플라스틱도 생분해로 만들 수 있다"며 "다만 소비자들이 자동차가 썩는 걸 원하진 않기 때문에 안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비싸기 때문에 아직 시장이 크지 않지만, 바스프는 1980년대부터 상용화를 시작해 이 시장을 키우는 데 선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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