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내 옛날 세슘 논문, 아직도 한국선 탈원전 근거로 쓰여"

조선일보
  • 최인준 기자
    입력 2019.05.22 03:08

    하야노 류고 도쿄대 명예교수
    "시민단체들 결론 정해두고 입맛에 맞는 자료만 인용… 정확한 정보 토대로 논의해야"

    "처음 연구에서는 방사능 오염이 일본 전역에 퍼졌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후 조사 결과, 제 예측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방사능 피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섰습니다."

    하야노 류고(早野龍五·67) 도쿄대 명예교수(물리학과)는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를 연구해 온 원로 학자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8년 넘게 일본 전역의 토양·식품 오염, 주민 피폭선량 등 여러 측정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 내 방사능 피해 실태를 가장 정확히 아는 인물로 꼽힌다.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나는 '후쿠시마는 안전하다' 따위의 주장을 하러 오지 않았다"면서 "단지 부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원전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했다.

    하야노 류고 도쿄대 명예교수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의 방사능 오염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야노 류고 도쿄대 명예교수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의 방사능 오염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나는 원전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지만 탈원전 정책의 결정은 정확한 정보를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하야노 명예교수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일본 영토의 70%에 가까운 지역이 세슘 137에 오염됐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내놨다. 이 논문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원전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원전 반대론자의 근거로 널리 사용됐다.

    하야노 명예교수는 "당시 논문은 방사능 물질이 얼마나 퍼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상 분석으로 오염 정도를 예측한 자료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듬해 방사능을 실제로 측정해보니, 제 논문이 방사능 오염을 과도하게 높게 예측해 사실과 맞지 않았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세슘 137에 오염된 지역은 방사능 누출이 발생했던 후쿠시마현 동부와 인근 일부 현에 국한되어 있었어요."

    이후 일본에서는 원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할 때 하야노 명예교수의 당시 논문이 아닌, 공식 측정 자료를 근거로 삼는다. 그의 논문은 컴퓨터 모델을 이용한 예측이었고, 실측 결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하야노 명예교수는 "그런데 3년 전 한국의 한 방송 매체가 나를 취재하러 와 과거 논문 내용을 근거로 '일본 땅이 세슘으로 오염됐다고 했는데 맞느냐'고 물어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는 실제 측정 자료를 활용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른 자신의 과거 연구가 한국에서는 탈(脫)원전의 근거로 사용되더라는 것이다.

    그는 22일 한국원자력학회 설립 50주년 기념 학회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영향에 대한 사실과 미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하야노 명예교수는 "나는 원전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지만, 탈원전 정책을 결정할 때는 정확한 정보를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일부 시민단체가 결론을 정해두고, 거기에 맞는 자료를 인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원전에 대한 위험도를 논의할 때는 정확한 측정 자료를 토대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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