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軍需 심장'… 누리호·이지스함 엔진까지 만든다

입력 2019.05.21 03:06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 42년 만에 첫 공개

지난 16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 엔진 시운전실에서 한국형 경(輕)공격기 T-50에 장착될 F404 엔진의 출력 시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조종실에서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공중에 수평으로 고정된 엔진에서 섭씨 1500도에 이르는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2m 두께의 방음·방폭 벽을 사이에 두고 지켜봤음에도 굉음에 귀가 멍해졌다. 처음엔 하얀색에 가까웠던 화염은 곧 푸르스름하게 변했다. 화염 중간에는 삿갓 모양이 또렷하게 나타났다. 이승두 엔진조립생산기술팀장은 "제트기가 초음속을 돌파하면서 소닉붐이 일어날 때 화염에 삿갓 모양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조종실 모니터에 '속도 마하 1.5, 출력 1만7600파운드'란 숫자가 찍혔다.

경남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서 한국형 경공격기 T-50에 장착될 엔진을 출고 전 최종 검사하고 있다.
경남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서 한국형 경공격기 T-50에 장착될 엔진을 출고 전 최종 검사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항공기 엔진 제작 업체인 이 공장은 공군기부터 해군 이지스함까지 군수용 엔진을 도맡아 생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공장은 우리나라 군수(軍需)산업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KF-16, T-50 등 공군 주력 항공기의 엔진 생산 공장이며,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엔진을 독자 개발해 생산하는 곳이다. 한국형 이지스함(최정예 전투함)에 들어가는 엔진도 도맡아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이 공장에서 육·해·공군에 납품한 엔진이 총 8700대에 이른다.

◇42년 만에 첫 언론 공개된 '군수산업의 심장'

군수품 엔진을 생산하는 방산 시설이다 보니 이날 언론 공개가 창립 42년 만에 처음이었다. 1977년 삼성정밀로 시작된 회사는 삼성항공, 삼성테크윈으로 개명을 했고, 2015년 삼성·한화그룹 빅딜 때 한화로 넘어왔다. 한화는 작년에 회사명을 한화테크윈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바꿨다. 군수품 엔진 위주에서 우주항공, 민수용 항공기 엔진으로 발전한 회사의 정체성을 반영한 것이다.

경남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마트 공장에서 로봇이 엔진 부품을 정밀 가공하고 있다.
경남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마트 공장에서 로봇이 엔진 부품을 정밀 가공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곳에서는 최초의 국산 우주 로켓(KSLV)인 '누리호' 엔진도 전담 생산하고 있다. 누리호는 47.2m 길이 3단형으로 맨 아래 1단에 75t 힘을 낼 엔진 4개, 2단에 75t 엔진 1개, 3단에 7t 엔진 1개를 장착하는데, 창원 공장에서 6개 엔진을 모두 만든다. 작년에 시험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는 2021년 본발사를 앞두고 있다. 김종한 추진기관 생산기술팀 차장은 "대한민국 우주항공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는 직원들의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보잉·에어버스 여객기용 엔진 부품도 생산

대부분 회색과 흰색 위주인 창원 공장 한가운데에 선명한 오렌지색 건물이 눈에 띄었다. 1000억원을 들여 2016년 완공한 스마트 공장이었다. 축구장 크기(1만1000m²)의 공장 안에 근로자는 50명에 불과했다. 대신 자동 조립 로봇, 연마 로봇, 용접 로봇, 물류 이송 로봇 등 80여대가 작업자 없이 정해진 공정에 맞춰 24시간 쉴 새 없이 엔진을 생산하고 있었다. 니켈·티타늄 등 항공기 엔진에 들어가는 고가(高價)의 소재를 정밀 가공하고,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마이크론(1000분의 1㎜) 단위 오차까지 로봇이 자동으로 관리한다. 장비마다 부착된 센서들이 1초에 20번 이상 데이터를 측정해 실시간 컨트롤센터에 전송하기 때문에 사소한 이상이 발생해도 바로 확인 가능하다.

스마트 공장에서는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 업체인 GE, 프랫앤휘트니(P&W), 롤스로이스에 납품하는 민수용 항공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보잉의 B777, 747, 787기, 에어버스의 A380, 330 등 최신 여객기 엔진에 모두 창원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이 들어가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부터 P&W사의 차세대 엔진인 GTF엔진 국제공동개발(RSP) 프로그램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선진국 업체들의 단순 하도급 업체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공동 사업자로 격상된 것이다.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듯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월 40년간 P&W에 총 17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최첨단 항공기 엔진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민수용 항공기 시장은 향후 30년간 연평균 4%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그룹 차원에서 2022년까지 항공기 부품과 방산 분야에 4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엔진 업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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