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대 주문한 文대통령…내년도 '수퍼 예산' 되나

입력 2019.05.16 18:15

文 대통령 "우리 재정 건전, 과감한 역할 요구되는 시점"
"연평균 재정증가율·국가채무비율 관리 목표 상향 될 듯"
내년 예산 증가율, 올해 수준과 비슷하면 510조원 넘길 듯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재정수지가 단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국가재정이 매우 건전한 편이어서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오후 세종에서 주재한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 이후 중장기 재정정책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나라 곳간을 채우는 데 중점을 뒀지만 지금 상황은 저성장·양극화·일자리·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매우 시급하기 때문에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네 번째)이 16일 세종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재정수지와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 등 재정건전성 지표가 다소 악화되더라도 정부 재정지출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방침은 5월말부터 시작되는 내년 예산편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운용계획상 2019년 재정지출증가율(7.3%),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39.4%) 등이 모두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경기가 가파르게 둔화되면서 세입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세입이 정부가 기대한 수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재정 지출이 늘면 재정적자 등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비율 등 재정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악화되면 국가신용등급 등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년에도 예산 증액 추진되나

정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주문으로 중장기 재정지출 증가율과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관리 목표가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5년간 연 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7.3%,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수지가 단기적으로 악화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은 연 평균 재정지출증가율을 7% 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재정지출을 작년대비 9.5%로 늘린 뒤, 내년에는 7.3%, 2021년 6.2%, 2022년 5.9%로 증가율을 점차 둔화시킬 계획이었던 당초 정부 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퍼 예산’으로 평가된 올해의 지출증가율에 버금가는 예산편성이 내년에도 실현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가뜩이나 정부는 버스파업 대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광역교통망 준공영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재정지출 증가요인을 도처에 만들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재정전략회의에서 "저소득층인 1분위의 소득개선, 일자리 창출, 미세먼지 저감 투자, 혁신성장을 위한 R&D 투자, 무역 다변화 목적 신남방·신북방 지원, 남북 간 판문점선언 이행 지원 등을 위한 분야에 재정투자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소득 보전을 강화하고,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에 재정투입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내년 예산 증가율이 올해 수준(9%대)를 유지할 경우 예산 규모는 51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될 경우 40.2%로 계획됐던 GDP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1% 수준으로 뛰어오른다. 2022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1.6%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틀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확대재정에도 불구하고, 이 비율을 40% 초반으로 유지하겠다는 재정정책 기조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세입 넘어서는 지출, 재정건전성 급격히 악화될 수도"

문제는 이런 재정지출을 세입이 감당할 수 있느냐다. 기재부가 2018년 9월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447조7000억원인 세수(기금 포함)가 2022년 547조8000억원으로 연 평균 5.2% 늘어날 것으로 봤다. 지출은 2018년 432억7000억원에서 2022년 567조6000억원으로 7.3% 늘어난다.

이러한 수입 전망은 연 평균 5%초반대의 경상성장률을 전제로 하고 있다. 2018년 경상성장률은 3.0%로 2017년 5.4%보다 2.4%포인트(p) 내려갔다. 같은 기간 실질성장률은 3.1%에서 2.7%로 0.4%p 하락했다. 2018년 저물가 현상이 심화되면서 경상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차이인 GDP디플레이터가 0.3%로 곤두박질친 게 주요 원인이다. 2018년 수준의 경상성장률이 2019~2022년에 지속된다면 세수 증가도 그만큼 더딜 수 밖에 없다.

기재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9~2022년 경제전망을 내놓지 않았지만 GDP 대비 세금부담을 의미하는 조세부담율은 2018년 19.2%에서 2019년 20.3%로 높아진 뒤 2020~2022년 20.4%를 유지한다고 봤다. 연 평균 5.2% 정도의 세수 증가율을 유지하면 국민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에 큰 변화가 없다고 본 것이다.

3% 전후 경상성장률이 2019~2020년 이어지고, 2020년에 지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뛸 경우 재정적자폭은 예상을 웃돌 수 밖에 없다. 재정적자폭이 가파르게 커지는 것은 국가신용등급 등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확장재정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가 추세적인 성장둔화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확장 재정정책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권규호 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순환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을 혼동할 경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할 위험이 있다"면서 "순환적인 요인이라면 적극적인 재정에 대한 인센티브가 크겠지만 구조적이라면 확장 재정정책을 반복 시행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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