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이 베트남 최대 민영기업 빈그룹(Vin group)에 1조원이 넘는 통 큰 투자 결정을 내렸다. SK그룹은 베트남 1‧2위 민영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동남아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에 나섰다.
최 회장은 2017년 11월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첫 면담을 한 지 1년 만에 다시 베트남을 찾아 국영기업의 민영화 참여와 환경문제 해결 등에 대해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1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빈그룹(Vin group) 지주회사 지분 6.1%를 10억달러(1조1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K그룹과 빈그룹은 이번 제휴를 바탕으로 향후 베트남 시장에서 신규 사업 투자는 물론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와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빈그룹은 베트남 주식 시장에서 전체 시가총액의 23%를 차지하는 1위 민영기업으로 ‘베트남의 삼성’이라고 불린다. 부동산 개발(빈홈‧빈컴리테일), 유통(빈커머스), 호텔‧리조트(빈펄) 사업을 비롯해 스마트폰(빈스마트), 자동차(빈패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21조8230억동(1조1000억원)으로 최근 3년 간 매출 증가율은 연 평균 45.5%다.
SK는 지난해 베트남 2위 민간기업인 마산기업 지분을 확보한 데 이어 빈그룹과도 협력 관계를 맺으며 베트남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는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인프라 구축과 민영화에 맞춘 협력사업 모델 개발 등으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SK그룹은 동남아 사업 과정에서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등 수평적 확장이나 현지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링을 통해 ‘사업영역 확대’, ‘시너지 강화’,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5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그룹 차원에서 성장 기회 모색을 위해 팜 녓 브엉(Pham Nhat Vuong) 빈그룹 회장과 만나 협의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성사됐다.
SK그룹은 지난해 8월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등 주요 관계사와 함께 동남아 투자 플랫폼인 SK동남아투자법인을 설립했다. 베트남 시총 2위 민영기업인 마산그룹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5300억원)에 매입해 베트남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최고 역량의 파트너와 함께 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