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페북 개인정보 스캔들에 놀란 실리콘밸리 "보안 최우선"

입력 2019.05.16 03:08

각 社 개발자대회서 한 목소리

"보안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예요.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보안을 놓치면 한순간에 제로(0)가 돼 버리거든요."

지난 6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개발자대회 '빌드(build)'를 지켜보던 한 중견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MS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유독 보안을 강조했다. 그는 "몇 년 전 우리가 처음 책임감을 논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런 게 따분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등 최근 일제히 연례 개발자대회를 개최한 실리콘밸리 IT(정보기술) 기업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보안(security)'이었다. 그동안 이용자 정보를 활용한 정교한 맞춤형 광고로 돈을 벌고, 개인 검색 기록과 이메일, 관심사 정보 등을 총동원해 고도의 인공지능(AI) 비서를 개발해 온 'IT 공룡'들이 갑자기 입을 맞춘 듯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보안"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해 이용자 8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마크 저커버그 CEO가 의회 청문회에 불려다니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페이스북이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된 셈이다.

◇실밸의 연이은'보안이 최우선' 선언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7일 열린 구글의 개발자대회 'I/O 2019'의 화두(話頭) 역시 보안이었다. 무대에 오른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지금까지 개인정보 보호에 힘써 왔지만,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여러 가지 보안 개선책도 내놨다. 우선 차세대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Q'의 첫 화면에 개인정보(privacy) 메뉴를 전면 배치했다. 기존에는 화면을 여러 번 넘겨야 했던 메뉴를 과감하게 앞으로 끌어올렸다. 또 구글 검색, 지메일, 지도, 유튜브와 같은 핵심 서비스에서도 오른쪽 위 '구글 계정' 아이콘을 통해 개인 정보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도록 바꿨다. 구글 서버(중앙 컴퓨터)에 저장된 개인 정보를 일괄 삭제하거나, 3개월 혹은 18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설정하는 권한도 추가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에 적용했던 익명(incognito) 모드를 검색, 음성 비서, 유튜브에도 확대 적용해 개인 정보를 남기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 MS, 페이스북 CEO들
/사진=연합뉴스, 그래픽=백형선
IT기업에 개인 정보는 자사(自社)의 인공지능, 기술·서비스, 광고를 고도화하기 위한 일종의 '연료'와 같다. 그래서 지금까진 사용자가 손쉽게 관리하거나, 함부로 지우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감추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자칫 욕심부리다 페이스북처럼 역풍(逆風)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런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된다.

◇MS '신뢰', 페이스북 '디지털거실'

구글보다 하루 먼저 열린 MS 개발자대회도 마찬가지였다. 나델라 CEO는 개인정보 보호와 프라이버시, 보안 등을 아우르는 '신뢰(trust)'란 단어를 기조연설 내내 강조했다. MS가 현재 집중하는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사업은 고객사들이 위탁한 핵심 정보를 다루는 만큼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 MS는 자사의 보안을 강조하는 동시에, 인터넷 웹브라우저 '에지'의 3단계 개인정보 조절 기능을 선보였다. 이용자가 무제한-균형-엄격 중 하나를 택하면 이에 따라 각 사이트에 제공하는 개인정보 수준을 조절한다. 또 선거 과정의 해킹이나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는 '일렉션 가드(election guard·선거 감시자)'라는 프로그램도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수천~수억 장의 투표용지에 각각의 고유 코드를 부여해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그 배경에는 IT기업들의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낮고, 이것이 사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개발자대회 'F8'에서 아예 '미래는 프라이버시(privacy)'라고 선언했다. 또 기존 서비스가 '디지털 광장'이었다면 이제는 보다 사적인 '디지털 거실'을 지향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사적인 소통 기능을 강화하고, 메신저 서비스에서도 채팅 내용을 암호화한 '비밀 채팅' 기능을 도입했다.

현재 페이스북은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불거진 'IT 공룡 해체론'의 중심에 서 있다. 민주당 선두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1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면밀히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힘을 실었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에다 독점적 지위를 악용했다는 지적, 가짜 뉴스의 전파 도구로 악용된다는 비판까지 더해지며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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