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숨통 좀”…불만 터진 부산 청약조정지역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19.05.16 09:43

    "서울 집값 잡겠다던 부동산 대책 때문에 지방 부동산만 무너졌습니다. 부산 시민은 거주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 셈이 됐고, 이직이나 개인적인 사유로 이사를 하려 해도 발이 묶여 움직일 수가 없어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산 부동산 조정지역 해제를 청원합니다’란 제목으로 한 부산 시민이 글을 올렸다. 자신을 부동산업 종사자도 아니고, 부동산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투자자도 아니라고 소개한 이 시민은 "전세금을 내주려해도 들어올 사람이 없고, 집을 사려 해도 내 집이 팔리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서도 정부 부동산 정책을 향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운대구와 수영구, 동래구 등에서는 청약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투기수요와 집값 거품을 잡겠다고 내놓은 부동산 규제가 실수요자의 거래 숨통까지 조이고 있다는 불만이다.

    부산시 주택 전경. /부산시청 제공
    부산 동래구에 사는 30대 자영업자는 "정부가 동래구를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이사를 하고 싶어도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할 수 없고 무리해서 이사하면 2주택자가 돼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며 "대출 제도까지 모두 막혀버린 상태라 근심만 크다"고 호소했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거래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지역에 지정하는 청약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전매제한·1순위 자격제한·대출규제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규제를 적용받는다. 부산 지역은 2016년 11월과 2017년 6월 두차례에 걸쳐 부산진구, 동래구, 남구, 해운대구, 연제구, 수영구, 기장군 등 7개 구·군이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다른 구는 청약조정대상에서 해제된 반면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는 조정 대상 지역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

    ◇과열됐다가 급랭…‘해·수·동’ 싸늘

    2015~2017년 3년간 청약 경쟁률 100대1이 넘은 아파트가 40곳에 육박할 정도로 부산 부동산 시장 열기는 뜨거웠다.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잇단 규제로 고공비행하던 이 지역 집값은 고개를 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격 폭등 등 과열 양상이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탓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해·수·동’이라고 불리는 부산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 주민들과 공인중개업자들이 느끼는 부동산 경기 싸늘하다.

    해운대구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박 모 중개사는 "23년간 중개업을 했는데, 체감 경기는 IMF때 보다 나쁘다"며 "그때는 매물을 사겠다는 사람이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사려는 사람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집값 안정 효과는 있었다.

    일례로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해운대구 반여동 센텀대림아파트 전용면적 59.99㎡짜리가 2017년에는 2억4500만원까지 거래됐는데 지난 4월에는 1억7833만원에 팔리며 2015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동래구 복천동 동래대우아파트 59.94㎡짜리는 2017년 3억5000만원대에 거래됐는데 올해 3월에는 2억8200만원에 손바뀜이 생기면서 70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거래량도 줄어들었다. 부산 해운대구의 경우 2016년 10월 주택매매 거래량이 1277건에 달했는데, 올해 3월 거래량은 363건으로 약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동래구도 2016년 11월 817건의 주택매매가 이뤄졌으나 올해 3월 273건에 그쳤다. 수영구는 2016년 8월 678건을 기록했는데 올해 3월에는 244건에 그쳤다.

    ◇"경기 악화에 지역 부동산 규제까지, 서민은 삼중고" 비판

    이 지역에서는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지역 부동산의 구매 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넘어서 실수요자들의 거래 숨통마저 끊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부산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있다는 글에는 "서울이 기침하면 지방은 뇌사상태"라는 비유의 댓글이 달렸다.

    동래구의 경우 해운대, 수영구보다 입주 물량이 많은데, 조정지역에 속하면서 활발했던 거래가 거의 멈춰섰다.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팔고 이사를 하고 싶어도 못 가게 됐다는 게 이 지역 아파트 주민들의 주장이다. 규제 속 집값이 하락하고 대출 규제로 돈줄까지 막히면서 거래가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용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시지부 전 동래구지회장은 "동래구에 신규 입주 물량이 많다보니 가격이 더 떨어질 거라는 심리가 강한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집을 내놔도 거래가 안 되는 문제가 계속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4월 동래구 아파트 매매가가 3월보다 1% 떨어졌다. 한달 만에 1% 떨어진 것은 작은 게 아니다"며 "이대로면 올 가을에는 그동안 올랐던 것도 다 까먹고 기존 아파트들은 가격이 주저 앉게 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5월 1주차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동래구 지역의 매매 가격은 일주일 전 보다 -0.41% 하락해 부산 지역에서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0.08% 떨어졌다.

    경기 침체로 이들 지역 상가 공실도 늘고 있다. 2월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상권별 중대형 상가 공실률’ 통계를 보면, 부산 동래역 상권의 작년 4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3.2%로, 2017년 4분기(10.5%)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부산 해운대 상권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작년 4분기 공실률은 16.1%로, 부산 전체 공실률 10.3%를 웃돌았다.

    해운대구 우동 W공인 관계자는 "권리금이 없는 상가도 나오고, 임대료도 떨어지고 있지만 들어올 사람이 없으니 상가 투자 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부산시는 해운대구, 동래구, 수영구 3개 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했으나, 국토부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정부가 지방 현장 목소리를 좀 더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 등에서 신축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은 전국적인 것이고, 이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인구 유입이 많거나 지역 경제가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조정지역에서 해제한다고 해서 기존 집값이 덩달아 오를 일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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