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파업 대책으로 모처럼 존재감 뽐낸 국토부

입력 2019.05.15 15:00

기재부 반대 무력화하고 버스업계 숙원 ‘준공영제’ 도입
"주택수요 분산해 서울 집값 안정" 정책에도 힘 실릴듯

15일로 예고됐던 전국적인 버스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이 쏟아지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실익이 가장 크다는 평가가 관가에서 나오고 있다. ‘지방정부 소관 업무인 버스운송회사에 대한 지원을 국비로 할 수 없다’는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무력화시키고 광역급행버스(M버스)는 물론 일반광역버스까지 정부 재정으로 손실을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를 전격 추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버스업계의 숙원이었던 버스 준공영제 확대를 위한 발판을 쌓으면서 교통당국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3기 신도시 등 광역교통망 확충을 목표로 하는 국토부로서는 든든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광역교통망 확충을 통해 수도권 신도시로 주택 수요를 분산시켜 서울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국토부의 정책 구상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인천행 광역버스가 승객들이 모여 있는 서울 신촌오거리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조선DB
◇광역교통망 ‘버스 준공영제’ 도입…신도시로 서울 집값 안정 포석

국토부 입장에서는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준공영제는 민간 버스회사의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시스템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만난 뒤 "M버스와 광역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여당 대표가 정치인 출신 김현미 장관의 손을 들어주면서 준공영제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를 잇는 M버스는 국토부가 노선 등을 관리하는 관리 주체다. 광역버스는 지자체 소관인데, 상반기 중 국토부로 이관될 예정이다. 운영은 민간 버스회사가 담당하지만 노선 허가와 면허 승인은 정부 소관이다.

국토부가 경기도 소재 버스회사가 운영하는 M버스와 광역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노선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운행 노선이 길고 신도시 수요 확보가 불투명한 M버스와 광역버스는 버스업계에서는 미운오리 취급을 받았다. 실제 M5115번(수원 광교신도시~서울역) 등 일부 M버스 노선은 폐선을 요청했고, 6800번(인천 청라∼광명역), 2500번(인천 계산동∼서울 공덕동) 등의 광역버스 노선은 아예 폐선이 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신도시를 개발해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와 국토부 구상을 출발선에서부터 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대도시권 주변에 광역교통망이 제대로 깔려있지 않아 교통 혼잡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도시권 광역교통청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정부 출범 이후 후속 절차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지난 3월 출범시켜 M버스와 광역버스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나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아왔다. 해당 버스들은 출퇴근시간을 제외하면 타는 사람이 적어 수익성을 보전하기 쉽지 않은데, 재정당국인 기재부가 예산 투입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반대는 버스파업 대책을 수립하면서 점차 누그러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3일 "M버스와 광역교통의 경우 교통특별시설회계 내 ‘교통체계관리계정’에서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 예산 투입이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대광위 관계자는 "철도의 선호도가 높지만 사업 특성상 기간이 오래 소요되고 설치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M버스나 광역버스만큼 효율성이 높은 수단이 없다"면서 "김포한강, 인천검단 등 수도권 외곽 주민들의 불편을 단기간 해소하기 위해선 광역버스를 다양하게 두는 것이 필요한데 이번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말했다.

◇ 2기 신도시 주민 반발 달래기 위해 M버스·광역버스 확대할 듯

국토부는 M버스와 광역버스 등에 정부재정 투입이 가능해지는 만큼 노선도 다양해지고 시간대를 고려한 탄력적인 운영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최근 3기 신도시 조성에 따른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광역교통망 부실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M버스의 경우 이달 기준 30개 노선(경기 26개, 인천 4개)에 414대가 운행 중이며, 일반광역버스는 올해 1월 기준 248개 노선(경기 176개, 인천 19개) 2547대가 운행되고 있다.

재원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준공영제를 도입한 8개 지자체에서 지난해에만 보조금 1조652억원이 투입됐다. 국토부는 "이번에는 광역버스만 대상이 되는 만큼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고 해명하지만 재정 투입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다.

예산을 내줘야 하는 기재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준공영제가 실제 시행될 때 어느 정도까지, 어떤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줘야 할 지 논의가 많이 필요한 사안이며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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