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제친 길거리 브랜드…스트리트 패션 인기 어디까지?

조선비즈
  • 김은영 기자
    입력 2019.05.15 06:00

    오프화이트, 구찌·발렌시아가 누르고 인기 브랜드 1위
    패션업계, 10~20대 눈높이 맞춰 스트리트 브랜드와 협업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와 스트리트 브랜드 크리틱의 협업 화보./밀레
    10일(현지시간) 영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리스트(Lyst)가 올해 1분기 최고 브랜드를 발표했다. 1위는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화이트가 선정됐고, 이어 구찌, 발렌시아가, 발렌티노 등 명품이 뒤따랐다. 리스트는 매 분기 구글 검색과 쇼핑몰 판매 데이터 등을 분석해 인기 브랜드 순위를 매기는데, 스트리트 브랜드가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프화이트는 루이비통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운영하는 개인 브랜드로, 스트리트 패션의 유행을 주도한 브랜드 중 하나다. 나이키와 협업한 운동화는 가장 비싼 값에 재판매(리셀) 되는 운동화로 이름을 날렸고, 에비앙과 출시한 물병은 대기자만 4000명을 세울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패션업계에 스트리트 패션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스케이트 보드와 힙합, 그래피티, 한정판 운동화 등 뒷골목의 비주류 문화가 명품 및 대중 브랜드와 만나 시너지를 낸다. 대표적으로는 2017년 프랑스 명품 루이비통과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의 협업을 들 수 있다.

    당시 협업 상품은 매장 밖에 밤샘 줄이 늘어설 만큼 인기를 끌었고,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루이비통은 지난해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를 오프화이트를 운영하는 버질 아블로로 교체했다. 결과는? 버질 아블로가 만든 루이비통 컬렉션은 일본 도쿄 팝업스토어에 판매한 지 이틀 만에 슈프림 협업 상품의 매출을 30% 넘어설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오프화이트는 줄무늬와 화살표 문양의 옷, 케이블 타이가 달린 나이키 운동화 등으로 인기를 끈다./오프화이트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지자 펜디, 베르사체, 폴로 랄프로렌 등도 길거리 브랜드와 손을 잡았다. 국내 역시 스트리트 패션이 대세다. 지난해 랄프로렌이 영국 스케이트 보드 브랜드 팔라스와 협업을 발표했을 때 서울 신사동과 한남동 매장에 진열된 제품이 순식간에 매진 건 유명한 일화다.

    패션업계는 스트리트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길거리 풍의 옷을 만드는 걸 성공 전략으로 내세운다. 가장 활발한 분야는 스포츠·아웃도어 업계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아웃도어 업체도 ‘등산복’ 이미지를 벗기 위해 스트리트 브랜드와 손을 잡는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는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스펙테이터·크리틱과, 고어텍스로 유명한 기능성 원단 업체 고어사(社)는 디스이즈네버댓과 협업해 젊은 아웃도어 패션을 선보였다.

    삼성물산(028260)패션부문의 빈폴스포츠는 여성 스트리트 브랜드 키르시와 협업해 변화를 줬다. 키르시는 체리 심벌을 내세운 여성 스트리트 브랜드로 10~20대 여성들에게 인지도가 높다. 이밖에도 헤드는 로맨틱크라운, 푸마는 아더에러와 오아이오아이, 엄브로는 LMC(엘엠씨)와 협업했다.

    지난 3월 국내 시장에 진출한 에드하디(왼쪽)와 키르시와 협업한 빈폴스포츠./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물산 패션부문
    아예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업체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지난해 미국 프리미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에드하디와 국내 독점 판권 계약을 맺었고, 신원(009270)은 지난 3월 스트리트 브랜드 마크엠을 론칭했다. 모두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다.

    이장훈 신원 부사장은 "비주류가 주류가 된 트렌드가 패션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엔 스트리트 패션이 캐주얼 시장의 하위분류로 취급됐지만, 이젠 캐주얼 브랜드가 스트리트화 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스트리트 패션이 일상복"이라고 말했다.

    유통 방식도 스트리트 패션 업체가 전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획일적인 패션을 거부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쇼핑 습성을 반영해 한정판 상품을 출시하는 ‘드롭’이 대표적이다. 드롭은 슈프림이 매주 목요일 한정 수량의 신상품을 출시해 판매하듯, 한시적으로 상품을 파는 방식이다. 기존 유통이 아닌 무신사, 29CM와 같이 10~20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편집숍에 입점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패션업계는 패션 소비의 중심이 밀레니얼과 Z세대로 이동한 만큼, 스트리트 패션의 유행이 지속될 거라 전망한다. 아웃도어 업계 한 관계자는 "길거리 풍의 옷이 매출을 좌우할 만큼 많이 팔리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스트리트 브랜드와의 협업은 브랜드에 젊은 감성을 수혈하는 것은 물론, 미래 소비자에게 우리를 알리는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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