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도 "내연車 생산 10년뒤 5분의1 토막" 위기감

조선일보
  • 울산=류정 기자
    입력 2019.05.14 03:08

    [오늘의 세상]
    현대車 노사·울산시·전문가 '자동차산업 전망' 합동 토론회

    "현대차의 내연기관 차 생산량은 2020년 148만대(전체의 87%)에서 10년 후인 2030년 30만대(18%)까지 추락한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노사 간 대립은 함께 죽는 길이다. 윈윈(win-win·상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13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미래 전망과 고용 변화' 토론회 현장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 발표자는 현대차 노조 윤선희 팀장(4차산업연구위원회). 강성으로 유명한 현대차 노조 간부에게서 나온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전기차와 차량 공유 증가로 자동차 산업 고용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13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미래 전망과 고용 변화' 토론회에서 (앞줄 왼쪽부터)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 송철호 울산시장이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나란히 앉은 현대차 노사·울산시장 - 13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미래 전망과 고용 변화' 토론회에서 (앞줄 왼쪽부터)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 송철호 울산시장이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노사정이 자동차 산업 위기 논의를 위해 함께 모인 건 처음이다. /김동환 기자
    이날 위기의 자동차 산업의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회에는 현대차 노사, 민간 자동차 전문가, 울산시 관계자 등 노·사·민·관(勞使民官)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부가 주관하는 경사노위에도 참여하지 않던 민주노총도 이 지역 토론회엔 참석했다. 1980년대 부산·울산 지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인권·노동 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던 송철호 울산시장이 6개월여에 걸쳐 현대차 노조의 참석을 설득했다. 송 시장은 이날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이렇게 함께하게 됐나 싶다"고 말했다.

    ◇노사정, 고용 대란 위기의식 공유

    이날 윤선희 팀장은 노조 차원에서 예측하고 있는 현대차의 2030년 모습을 공개했다. 내연기관 차량이 몰락하고 대신 전기차는 90만대, 수소차는 50만대로 치솟는다〈그래픽 참조〉는 충격적인 전망치였다. 그럴 경우 고용 대란은 불가피하다. 전기차 부품 수(1만3000개)는 내연기관차(3만개)의 3분의 1밖에 안 돼 그만큼 조립 공정이 단순해져 고용이 급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체 생산 대수는 170만대를 유지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수치다. 이날 노조는 자율주행·차량공유로 국내 차량 수요가 같은 기간 30%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현대차도 같은 충격을 받는다면 생산 대수는 119만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윤 팀장은 "엔진·변속기 부서는 100%, 의장·프레스 등은 60~70%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위기 대응이 이미 늦었다. 퇴각이 불가피하다면 아수라장이 아니라 질서정연하게 피해를 최소화하며 퇴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 차종별 생산 변화 예상 추이 외
    반면, 김진택(노사협력실장) 현대차 상무도 발표에서 "지금 위기는 너무 심각해 현대차 (사측) 혼자 해결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5년까지 울산의 2개 생산 라인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내연기관 차와 혼류 생산 중이다. 현대차가 올 초 공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하면 인력 30% 감소는 불가피하다. 고용 대란을 넘어 현대차의 존립 위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발표자였던 백승렬(어고노믹스 대표) 공학박사는 "현대차가 이번 위기에 대응할 여력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현대차 고용 인원 변화
    ◇달라진 노조… 해법에는 온도차

    이날 노조 측이 자동차 산업이 초유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노사 양측의 고용 해법은 여전히 극명하게 엇갈렸다. 윤선희 노조 팀장은 "현대차 경쟁력을 높이는 데 노조가 함께 참여한다면, 고용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차 등으로 7000여 명의 일자리가 감소하더라도, 2025년까지 1만7500명이 정년퇴직하기 때문에 1만명은 신규 채용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됐다. 현대차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 몇 달치 주문이 밀려 있는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에 다른 차종 생산라인 근로자를 전환 배치하는 것도 합의해주지 않았었다.

    사측은 "계산법이 틀렸다"며 "생산직 정년 퇴직자는 1만여 명에 불과할 것이고, 친환경차 증산 등으로 감소할 일자리 역시 비슷한 규모로 추정돼 신규 채용의 필요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울산 공장 편성 효율은 55%(10명이 할 일을 20명이 한다는 의미) 수준으로 신규 채용 대신 업무 효율을 더 높여 인력 문제를 해결할 여지도 많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 문제는 미국처럼 정부·지자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품사 위기도 심각하다는 논의도 이어졌다. 백승렬 박사는 "전기차 확산으로 국내 엔진 부품사 1920곳을 비롯한 2886곳은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부품 생태계가 무너지면 완성차도 타격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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