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서 백화점까지… 무인 키오스크 확산

조선일보
  • 한경진 기자
    입력 2019.05.14 03:08

    롯데百, 레깅스·마스크 자판기
    패스트푸드점 도입률 60% 넘어… 대면 꺼리는 2030 부담없이 사용

    "조만간 '터치스크린'을 눌러 주문하고 결제하는 무인(無人) 키오스크(kiosk·매점) 방식이 대세가 될 겁니다. 갓난아기도 말보다 스마트폰의 '홈' '뒤로 가기' 버튼을 먼저 배우는 세상이잖아요."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수도권 점포 3곳에 무인 키오스크 판매기를 설치한 롯데백화점 권순규 수석 구매담당자의 말이다. 무인 키오스크란 간단한 상품을 파는 자동판매기, 터치스크린을 눌러 스스로 결제하는 셀프 주문기 등을 일컫는 용어. '친절 서비스'의 대명사인 백화점에 자판기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손님들이 무인(無人) 키오스크에서 미세 먼지 차단용 마스크를 고르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손님들이 무인(無人) 키오스크에서 미세 먼지 차단용 마스크를 고르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최근 유통 현장에 무인 키오스크가 급증하고 있다. 2014년부터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도입된 무인 키오스크는 한동안 '쓰기 어렵고 낯설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왔다. 그러다 최근 1~2년 새 동네 국밥집에서부터 대형 마트와 편의점은 물론 이제 백화점까지 급격히 확산하는 추세다. 이미 일부 패스트푸드점의 무인 키오스크 도입률은 60%를 넘어섰다. 전국에 1350개 매장을 둔 롯데리아는 826개 점포, 420개 매장을 둔 맥도날드는 260개 점포에 무인 키오스크를 들여놨다. 업계에서는 정치·경제(최저임금 인상)와 사회·문화(비대면 선호), 과학기술(간편 결제·ICT 진화)의 3대 변화가 맞물린 현상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무인 키오스크에 지갑 여는 2030

    무인 매장 도입 뛰어든 편의점 업계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건대점·잠실점·경기 김포공항점의 자투리 공간에 무인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에스컬레이터 근처 지하 동선, 행사장·특판 코너의 남는 공간에 높이 1.9m 너비 1m 규모 무인 자판기 9대를 놓았다. 권순규 구매담당자는 "백화점에 별도 매장까지 차리기에는 판매 단가·규모가 작고 간단한 제품 중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레깅스·미세 먼지 마스크 같은 제품을 시험 판매했다"면서 "판매사원을 2교대로 투입해 온종일 가판대에서 판촉 활동을 벌이는 것과 매출은 비슷하고, 인건비·인테리어비는 월 500만~600만원 아낄 수 있어 수익성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롯데는 다음 달 대형 점포인 소공동 본점과 영등포점에도 무인 키오스크를 설치할 계획이다.


    국밥집에 이어 무인 편의점까지 접수

    무인 키오스크는 대면 접촉을 꺼리는 소비자를 위한 '언택트(접촉을 뜻하는 contact에 부정 접두사 un을 붙인 신조어)' 마케팅에도 활용된다. 지난 9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한 순두부집. 취업 준비생 이모(24)씨가 무인 키오스크를 통해 5000원짜리 찌개를 주문했다. 이씨는 "주문기 앞에선 어떤 메뉴가 있는지 천천히 둘러볼 수 있고, 후줄근한 옷차림일 때도 마음 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쥬시·명랑핫도그·신전떡볶이·역전우동0410·계경순대국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에도 무인 주문기가 등장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떡볶이집을 하는 A씨는 "월 10만~20만원에 대여할 수 있는 무인 주문기가 수백만원 임금이 드는 아르바이트생보다 효율적"이라고 했다.

    무인 키오스크가 야간 당직자의 오아시스가 되기도 한다. 인천 연수구의 반도체 부품 공장 앰코테크놀로지는 24시간 3교대 근무 체제로 돌아간다. 출입 통제가 엄격해 구내매점이 문을 닫는 오후 7시 이후로는 밤샘 근로자가 허기를 때울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지난해 말 들어선 사내 편의점 CU는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12시간 동안 무인 매장으로 운영된다. 무인 편의점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문이 열린다. 상품 바코드를 스마트폰 앱에 기록한 다음, 매장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인식시키면 미리 입력해 놓은 신용카드로 결제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무인 체제로 운영 중인 편의점이 현재 14곳 있다"고 했다.

    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역시 무인 점포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인건비에 민감한 유통 채널과 서비스 업종에서 무인화 열풍은 당분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미국의 '아마존 고'나 중국 징둥닷컴 'X마트'가 시도 중인 '완전 무인 매장'으로 가는 첫 단계가 무인 키오스크 기술"이라며 "국내에선 디지털 유통 혁명이 최저임금의 급속한 상승으로 더 빨라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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