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 M&A 앞둔 회생기업 채권은 매각 보류해야
회생기업 PEF에 정책금융기관 LP로 참여해 투자 유인
금융당국이 회생절차를 앞두고 있거나 진행 중인 부실 기업의 인수·합병(M&A)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보증기관과 은행의 협조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보증기관이나 채권은행은 채권을 최대한 빠르고 많이 회수하기 위해 M&A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회생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PEF)에 대한 시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책금융기관과 연기금이 주요출자자(LP)로 나서는 방안도 추진된다.
13일 금융위원회는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기업구조조정 제도 점검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8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이 5년 한시적으로 국회를 통과했을 때, ‘통합도산법과의 일원화 또는 기촉법 상시화 방안 등 기업구조조정 제도의 종합적인 운영방안을 국회에 보고하라’는 부대의견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향후 전문가 TF 및 관계기관 협의에서는 기촉법 상시화 등 거대 담론을 우선 논의하기보다는 성공적인 기업회생 사례를 확산할 수 있는 현실적 이슈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기업구조조정 제도 및 인프라 측면에서 워크아웃과 회생절차가 공통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이슈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TF는 회생계획 인가 전 또는 진행 중인 M&A가 활성화되도록 보증기관과 채권은행의 협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기업회생을 위한 M&A는 채권자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 대출 중 보증기관의 구상채권이 포함된 경우 보증기관은 기업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예상회수율을 기업에 적용하고 있다. M&A를 통한 회수율이 이보다 낮다면 M&A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M&A 추진 도중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채권은행이 회생기업 채권을 매각할 때 ‘채권 청산’을 선호하는 제3의 기관에 매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매 등 투자 목적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기관의 경우 M&A를 통한 회생계획보다는 조기 청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금융위는 보증기관의 예상회수율을 기업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한 후 M&A에 적극 협조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TF 논의를 통해 예상회수율 기준이 정해지겠지만, 각 기업의 정상화 가능성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은행에 대해선 기업이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할 경우 채권 매각은 일정 기간 보류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다만 M&A 성공까지 무기한 보류가 아닌, 은행 건전성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보류한다.
회생기업에 투자하는 PEF에 민간 자본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캠코 등 정책금융기관과 연기금이 LP로 참여한다. 이세훈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은 "회생기업에 투자하는 기업경영정상화 PEF의 경우 성공 사례가 부족해 LP 자금 모집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캠코 등 정책금융기관과 연기금이 LP로서 참여하고, 성공 사례가 쌓이면 점차 민간자본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자금지원(DIP 금융) 기능도 강화한다. DIP 금융이란 기존 경영인이 회생 기업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을 말한다. 이 정책관은 "기업들이 회생절차를 이행하려면 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는데, 신규 자금이 또다시 부실화될 우려 때문에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캠코는 올해 약 20억원 규모의 DIP 금융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성과에 따라 지원 규모를 점차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정책관은 "캠코 지원에 따라 성공 사례가 나오면 자본시장 모험 자본이 적극적으로 DIP 금융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올해 중 기촉법 효과 분석 등의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TF를 통해 주요 이슈별 검토에 돌입할 예정이다. 연구용역과 TF 결과를 종합해 내년 초까지 정부안을 마련한 뒤, 의견수렴을 거쳐 국회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 뒤 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