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30만가구 공급만큼 중요한 것들

입력 2019.05.13 04:00

정부가 지난 7일 수도권에 11만 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작년에 공언한 30만 가구 공급의 청사진이 모두 그려졌다. 일부 지역에선 공급과잉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장기적으로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꾸준히 새집을 공급해야 한다는 기본 원리에 충실한 대책이라는 점에서 일단 대부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집권 초기 "공급은 충분하다"며 수요 억제에만 몰두하던 정부가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유연하게 방향을 바꾼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집값 잡기’가 아닌 ‘주택 시장 정상화’이기 때문이다. 집값은 크게 오르거나 내리지 않는게 좋고,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을 통해 주거 안정을 꾀하려는 이들에게 주거 사다리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지금까지 집값 잡기 중심으로 펼친 부동산 정책을 일부 손질할 필요가 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가격 측면에서는 안정됐지만, 거래 없이 얼어붙은 시장이 돼버렸다.

우선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도 적용한 수요규제는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대출 규제다.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 무주택자에게는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주거 안정을 꾀하도록 규제를 조금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 집을 여러 채 사려는 경우 또는 고가 주택을 사려는 경우가 아닌데 능력 범위에서 집을 사는 것을 지금처럼 모두 꽉 틀어막을 이유는 없다. 특히 현재의 대출 규제로는 신도시를 아무리 짓는다고 해도 무주택자나 갈아타기를 원하는 1주택자, 즉 실수요자가 분양 혜택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2기 신도시 교통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신도시를 짓는 이유는 서울의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 위함이다. 신도시를 하나 짓는 데는 10년쯤이 족히 걸린다. 아직도 분양할 물량이 많이 남은 2기 신도시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것이 더 빠른 길인데, 3기 신도시에만 힘을 실어주면서 애써 조성한 2기 신도시가 제 역할을 못 하게 생겼다. 주변 지역 주민의 정서는 둘째로 치더라도 효율성 측면에서도 2기 신도시를 더 잘 활용할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역시 공급 측면에서 정비사업에 대한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 과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서울 집값 급등의 시작점이었다는 것은 맞는다. 하지만 이것만 보고 재건축을 무조건 막는 것은 미봉책이다. 빈 땅을 찾기 어려운 서울 요지에 주택을 공급할 방안은 정비사업밖에 없다. 서울의 입주 물량은 올해와 내년에 4만여 가구로 충분하지만, 2021년부터는 1만여가구로 확 쪼그라든다.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집값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질서 있게 정비사업을 진행할 궁리를 해야 한다.

반쪽만 진행된 부동산 세제 개편도 마무리해야 한다.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정부도 동의하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의 기본이다. 보유세를 높이는 여러 조처는 이제 대부분 시행이 됐다. 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가격까지 모두 줄줄이 인상됐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되는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추는 논의는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반대할 사람이 많지 않은 이 조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너무 주택에만 치중해 있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겠다. 대표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토지 시장이다. 그동안 토지는 이렇다 할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계속 가격이 올랐다. 작년에는 남북 화해 분위기를 타고 접경지 토지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이상 징후도 보였다. 토지 가격이 오르면 결국 주택 가격도 오르게 돼 있다. 또 택지 조성이나 교통망 확충에 들어가는 토지보상금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이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도 있다. 토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이를 만족하게 하는 부동산 정책은 애초 불가능하다.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상황에서 이를 잡기 위해 독한 약을 쓴 그동안의 정부 정책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독한 약은 병을 잘 낫게 하는 만큼 부작용도 많다. 병이 나을 기미가 보인다면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주택 가격 급등을 막는데 급급 하느라 내일 더 큰 병을 얻을 수도 있는 처방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까지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집값 상승이 멎었다고 할 일을 다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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