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시장 양극화…저가항공은 최대실적, 대형사는 구조조정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입력 2019.05.10 06:00

    항공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은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실적 악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퍼스트 클래스(일등석)를 대폭 줄이거나 없애는 등 다각도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항공여객 시장의 주도권이 이미 저비용항공사로 넘어간데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화물 시장 역시 침체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호황 누리는 저가항공사…제주항공 이어 티웨이도 분기 최대 실적

    국내 저비용항공사/조선일보DB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089590)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2.8% 증가한 5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6년 회사 설립 후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증가한 3929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421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1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의 이같은 1분기 실적은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에 해당된다. 투자분석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제주항공의 1분기 매출액을 3750억원, 영업이익은 544억원, 당기순이익은 416억원으로 각각 전망했다.

    매출액과 이익이 크게 늘어난 곳은 제주항공 뿐이 아니다. 티웨이항공(091810)은 1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8% 증가한 2411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창사 후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에 해당된다. 영업이익은 37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468억원)의 79%를 1분기에 달성했다.

    티웨이항공의 매출액은 지난 2014년 이후 꾸준히 전년대비 평균 34%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7319억원으로 2014년 2185억원에서 4년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티웨이항공의 올해 매출액이 9000억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673억원으로 전년대비 43.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일본과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 구입을 원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항공시장에서 저비용항공사들의 분담률은 32.2%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5%보다 2.7%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한국과 중국의 항공회담을 통해 증대된 운항권을 다수 배분받게 되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은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

    국토부의 운항권 배분에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총 9개 노선, 주 35회를 받아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는 4개 노선, 주 14회를 배분받은 대한항공과 4개 노선, 주 7회를 받은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보다 많은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6개 노선, 주 27회를 배분받았고 에어부산도 5개 노선, 주 18회를 받았다. 가장 늦게 설립된 에어서울도 인천~장자체 노선 주 3회 운항권을 챙겼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 노선 공급석에서 저비용항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치 기준으로 약 250% 증가하게 됐다"며 "이번 중국 운항권 배분을 통해 저비용항공사들의 매출 잠재력은 3000억원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일등석 사라지는 대한항공·아시아나…인력 구조조정까지

    대한항공(왼쪽)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각사 제공
    가파른 성장을 지속하는 저비용항공사들에 비해 양대 국적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수요가 많은 일본과 동남아 노선을 저비용항공사들에게 잠식당한데 이어 최근 중국 운항권 추가 배분으로 인해 중국 노선에서 매출을 유지하는데도 ‘빨간 불’이 켜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증권사들은 두 회사 모두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KB증권은 대한항공의 1분기 매출액이 3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4%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1338억원으로 19.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도 영업이익이 56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항공사들은 최근 잇따라 강도 높은 수익성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다음달부터 국제선 노선의 70%에 해당하는 27개 노선에서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없애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한 술 더 떠 9월 1일부터 전체 노선에서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폐지하고 평균 30~40% 저렴한 비즈니스 스위트 좌석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매각을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커진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구조조정까지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이전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전 직원들에게 최소 15일에서 최대 3년까지 무급휴직을 신청하라는 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진 점도 대형항공사들의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류허(앞에서 가운데)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무역협상단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최근 원화 약세와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대형항공사들의 경영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9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0.9% 오른 1179.8원을 기록, 지난 2017년 1월 1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 원화 약세) 두 항공사 모두 외화부채 규모가 많기 때문에 원화 약세가 계속되면 외화환산손실도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의 경기가 둔화되면서 대형항공사들의 화물 부문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불안한 흐름을 보일 경우 매출과 이익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저비용항공 6곳 마일리지 통합 사용 가능하다 최종석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