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도입에 제로레이팅 본격화 조짐..."인터넷 부익부 빈익빈 심화 우려"

조선비즈
  • 이경탁 기자
    입력 2019.05.09 16:53

    통신 사업자들이 5세대(G) 이동통신의 인터넷 품질과 소비자 혜택을 명분으로 ‘제로레이팅’ 활성화에 나서며 국내 스타트업·콘텐츠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로레이팅은 통신사가 특정 데이터와 서비스에 대해 이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 주는 정책으로, ‘망중립성’ 원칙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9일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실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체감규제포럼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망중립성·제로레이팅’을 주제로 규제개혁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송봉화 netis 대표, 박태훈 왓챠플레이 대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엄열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망중립성과 제로레이팅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이경탁 기자
    망중립성이란 통신망은 공공재적 특성으로 콘텐츠나 서비스 종류에 따라 데이터 전송속도와 요금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원칙이다. 국내에서도 ‘평등의 원칙’, ‘계속성의 원칙’, ‘즉응의 원칙’이란 공공서비스 3원칙에 따라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로 논의되며 망중립성 원칙이 유지되고 있다.

    현행법에서도 대통령령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망중립성 정책을 수립해야한다’고 규정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정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확대하며 망중립성 훼손한다는 비판이다.

    통신사의 제로레이팅 확대는 ‘망중립성 완화’ 여론에 불을 지펴 5G 설비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제로레이팅은 데이터 이용료를 최종 사용자가 아니라 통신사나 CP(콘텐츠사업자)가 부담하는 형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3사는 이미 자사 콘텐츠를 중심으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는 서비스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 비용을 SK텔레콤이 소비자 대신 납부한다. 또 SK텔레콤은 최근 10대 중고생 가입자를 대상으로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 시 데이터를 차감하지 않는 ‘제로레이팅’ 서비스도 개시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유사한 정책을 편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중소 CP입장에서는 제로레이팅이 확대되면 통신사와 함께 망 비용만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 CP만 생존할 수 있는 시장 구조가 만들어지며 생존이 어려워진다. 특히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압도적인 자금력을 가진 글로벌 사업자들과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박태훈 왓챠플레이 대표는 "제로레이팅이 허용되면 스타트업 입장에서 무조건 적자를 볼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또 통신사의 경우 자사 서비스에 대한 망 비용 부담이 없는 만큼 콘텐츠와 관련된 서비스 모두 자회사로 법인 분리해서 비용을 똑같이 부담해야 공정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로레이팅이 확산되면 자본력있는 CP에 비해 그렇지 못한 중소 CP는 열세일 수 밖에 없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우려된다"며 "제로레이팅은 어떤 경우에서도 통신사에게 유리한 만큼 합리적 규제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제로레이팅이 소비자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제로레이팅이 겉보기에는 소비자 부담을 낮추고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지만, 추후 시장 독과점 형태가 발생해 결국 소비자 선택권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로레이팅 사전 규제에 신중한 입장이다.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이미 국내 소비자들 대부분이 와이파이나 무제한 데이터 요금을 사용하고 있어 제로레이팅에 대한 사전 규제는 불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통신사들이 제로레이팅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등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부분을 검토해 사후 규제수단이 마련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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