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AI 대학원 3곳 문여는데, AI전문가 채용 없이 '교수 돌려막기'

조선일보
  • 박순찬 기자
    입력 2019.05.04 03:07

    [AI 세계대전, 길 잃은 한국] [2]
    예산·인재난 이유로 세 학교 모두 기존 공대교수에 강의 맡겨
    2022년까지 AI 전사 1000명 키우기 위한 정부 핵심사업 삐걱

    오는 9월 문을 여는 성균관대 인공지능(AI)대학원은 한 달 전쯤 입학 지원 접수를 마감하고 깜짝 놀랐다. 올해 25명을 뽑는데 무려 192명이 지원한 것이다. 경쟁률이 8대1에 육박한다. 성대 AI대학원은 이달 9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성대와 함께 오는 9월에 동시 개원(開院)하는 카이스트(KAIST)와 고려대의 AI대학원 역시 경쟁률이 5~7대1로 알려졌다. 지난해 서울대의 공대·자연대 대학원 모두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된 것에 비춰보면 국내에서 AI를 배우려는 학생들의 열기는 뜨거운 셈이다.

    서울대
    서울대 "AI인재 대거 배출하고 싶은데…" -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내 컴퓨터공학부 소프트웨어 실습실에서 학생들이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신설되는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이 내년에 입주할 건물. /김연정 객원기자
    하지만 오는 9월 개원하는 AI대학원 3곳 모두 새로 채용한 교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전임 교수진은 모두 기존 공대의 전기전자공학·전산학·반도체시스템공학·소프트웨어학과 등 타과 교수를 데려와 채웠다. 한 교수가 두 학과를 겸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AI대학원 관계자는 "개원 일정이 급박한 데다 예산·인력 부족으로 신규 채용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부·대학원 가릴 것 없이 AI를 배우겠다는 수요는 빠르게 커지는데 가르칠 교수가 부족해 결국 '돌려 막기'를 한 셈이다. AI대학원은 2022년까지 AI 인재 1000명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핵심 사업이다.

    대학들, 예산 탓하며 인재 육성 소홀

    국내 AI 인재의 산실(産室)로 출범하는 AI대학원의 '교수 돌려 막기' 사태는 한국의 AI 교육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AI대학원들도 겉으로는 "조만간 새 교수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한 AI대학원 교수는 "우리도 해외 AI 인재를 유치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그런 전문가가 중국에 가지, 한국에 오겠느냐"면서 "포기한다고까지 말할 순 없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른 교수도 "큰 인센티브 없이는 AI 인재들이 한국에 올 리 없는데 현재 대학 예산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AI 인재 육성, 발목 잡힌 서울대 외
    대학들 사이에선 "국가 핵심 인재를 키우는데 정부의 지원(연간 20억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현금 복지 포퓰리즘으로 수조(兆)원씩 쓰는 정부가 인재 양성에 돈을 쓰는 데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에선 "인재 양성을 돈벌이로 보는 대학 행태도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당장 이번 정부의 AI대학원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가 탈락한 여덟 대학 중 독자적으로 AI대학원을 추진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 없이는 대학 돈을 쓰면서 AI대학원을 세우지는 않는 것이다. 선정된 성균관대·고려대·카이스트도 정부 예산 상당액을 등록금 면제, 생활비 지원에 쓸 계획이다. 교과과정이나 장비 같은 교육의 질보다는 우수 학생을 유치할 때 즉각 효력을 발휘하는 수단에 돈을 쓴 것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대학들은 정부 지원이 없으면 AI 인재를 안 키울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김지원 인공지능정책팀장은 "예산이 부족한 것은 알지만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할 뿐 100% 지원하긴 어렵다"면서 "결국엔 대학도 스스로 투자하고 자립(自立)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한 기업들은 외국 대학과 제휴

    당장 산업 현장에선 석·박사급 AI 인재가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2년까지 국내 AI 개발 인력은 현장 수요보다 9986명이 부족하다. 특히 핵심 인력으로 꼽히는 석·박사급 개발자는 7276명이 모자랄 것이란 분석이다.

    우수 AI 인재 확보가 급한 기업들은 한국 대학이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고 현지의 토론토대·워털루대와 공동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등 미국 대학에 재직 중인 스타급 AI 교수들을 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달 미국 카네기멜론대, 캐나다 토론토대와 손잡고 AI 최고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사내 연구원을 4개월간 아예 해외로 보내 재교육하겠다는 것이다.

    AI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규모 'AI 실무(實務) 인재'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때라고 말한다. 카이스트 정송 석좌교수는 "각 산업계 전문 분야에 AI를 접목해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광범위하게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작곡가가 AI를 배우고, 자동차 엔지니어가 AI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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