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익선동…‘밀레니얼의 성지’ 깊숙이 들어가

1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일반인들에게 ‘새로보다’라는 이름으로 오픈된 삼성전자의 팝업스토어 전경. 이곳 1층에는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세로형TV ‘더 세로’가 전시돼 있다.

"어? 이거 뭐지? 한 번 들어가서 구경해볼까?"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을 걸어가던 20대 여성 둘이 ‘새로보다’라고 커다랗게 쓰인 매장을 두리번거리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1층으로 들어가니 세로 스크린의 TV가 인기 아이돌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주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최근 밀레니얼(18~34세) 세대를 공략하겠다며 선보인 길쭉한 43인치 세로형 TV ‘더 세로’다.

이 매장은 삼성전자가 6월 2일까지 문 여는 ‘팝업스토어(한시 운영 매장)’다. 공간은 삼성전자가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스위트스팟’을 통해 단기 임대한 것이다. 스위트스팟은 빌딩·멀티플렉스 유휴 공간이나 상권 공실, 아파트 단지, 지하철 역사 등 공간을 임대해 이 공간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17개 공간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달 140개 정도의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있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최근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웰스토리, 코카콜라 등 대기업들이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스위트스팟을 찾고 있다"면서 "오프라인 마케팅은 유동인구, 브랜드·상품의 잠재 고객들을 정확히 타깃팅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공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순히 영상을 시청하는 TV가 아니라 모바일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TV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젊은 감성이 넘치는 가로수길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10’ 마케팅에도 밀레니얼 세대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를 비롯해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서울 강남구), 파미에스테이션(서울 서초구), 타임스퀘어몰(서울 영등포구), 홍대 수노래방 건물 1층(서울시 마포구) 등지에 ‘갤럭시S10’을 체험해볼 수 있는 ‘갤럭시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갤럭시스튜디오는 젊은이들이 갤럭시S10으로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포토 스팟(사진찍기 좋은 장소)을 꾸며 놨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갤럭시스튜디오’를 검색하면 3만5000건이 넘는 인증샷이 올라와 있다.

최근 아이를 데리고 익선동 갤럭시스튜디오를 찾았다는 김성미(34)씨는 "사진찍을 곳이 많아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며 "원래 다른 제조사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만, 갤럭시S10 카메라를 써 보니 화질이 너무 좋아 교체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삼성전자 하면 아저씨 같은 구닥다리 느낌이 있었지만, 최근 제품의 디자인이나 기능, 마케팅이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고 있어 이미지가 확실히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