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을 잡아라."

20대 남성을 뜻하는 이대남은 최근 유통가의 최대 화두다. 과거 유통 시장에서 중요성이 미미했던 20대 남성 고객들이 명품 시장을 포함해 유통가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며,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백화점 업계는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대남을 잡기 위해 맞춤형 전략까지 내놓고 있다.

명품 시장에서 영향력 키우는 이대남

이대남이 가장 주목받는 시장은 명품 업계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은 지난 1분기 동안 20대 남성의 명품 토트백(손잡이 두 개 달린 다용도 가방)과 시계 구매가 각각 386%, 227% 증가했다고 밝혔다. 명품 상의(上衣) 매출도 106% 는 것으로 집계됐다.

백화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본지가 20대 남성이 구입한 명품류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을 문의한 결과, 롯데백화점(50%), 현대백화점(29.6%), 신세계백화점(29%), 갤러리아백화점(33%) 등 4대 백화점 모두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1~4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대 남성의 명품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2% 또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단순히 매출만 증가한 게 아니라 명품을 구매한 20대 남성의 숫자도 전년 대비 35.2% 늘었다고 한다.

지난 3월 롯데백화점이 20·30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연 행사에서 지방시가 선보인 신상품을 일러스트화했다. 이 행사 참석 인원 중 20%가 20대 남성이었다.

신세계백화점 손문국 상품본부장(부사장)은 "남성들의 결혼 시점이 늦어지면서 사회 초년생인 20대 남성들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기꺼이 소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에 꽂힌 이대남들은 '어디서 돈이 나서 이런 걸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돈을 썼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1~4월 20대 남성이 구입한 명품 톱10을 꼽았더니 900만원대 시계(IWC 포루투기저), 100만원대 카디건(톰브라운), 100만원대 운동화(발렌시아가 트리플 S) 등이 포함돼 있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3월 20~30대 VIP 고객 150명을 초대해 버버리, 보테가베네타, 오프화이트 등의 브랜드 신상품을 선보였는데, 이때 전체의 20%인 30명 정도가 20대 남성이었다고 한다.

이대남이 좋아하는 브랜드 유치 경쟁 중

여전히 20대 남성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남성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백화점들은 '이대남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꾸준히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는 데다 향후 백화점의 성장을 이끌 고정 고객으로 20대 남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이대남의 백화점 씀씀이는 매년 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매출은 지난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7년에 2016년 대비 매출이 23% 증가했는데, 지난해에는 27.5%가 또 늘었다. 올해 1분기(1~3월) 갤러리아백화점에선 20대 남성의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1%를 기록, 20대 여성(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남의 질주에 백화점 풍경도 바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에비뉴엘 본점에 MSGM, 오프화이트 등 20대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 브랜드들은 전통 명품 브랜드인 돌체앤가바나, 필립플레인 등을 퇴점시키고 입점했다"고 설명했다.

콧대 높았던 백화점들은 20대 남성을 잡기 위해 전 세계에 바이어들을 파견, 이대남들이 특히 선호하는 운동화, 의류 등의 한정판 모델을 찾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눈길을 끄는 행사를 열어 20대 남성의 백화점행을 이끈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2월 부천 중동점 나이키 매장에서 운동화 '조던 11 콩코드' 구매 추첨권 150장을 선착순 배부했다. 추첨을 통해 40여 명에게만 판매하는데도 매장 오픈과 함께 200명이 몰렸다.

한정판 판매가 잇따르면서 이를 구입하기 위해 밤샘한다는 의미의 '캠핑'이라는 단어도 널리 쓰이게 됐다. 채경락 갤러리아백화점 글로벌패션사업부 바이어는 "이전 세대 남성들과 달리 20대 남성들은 자기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한정판 모델이나 고급 제품 구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업계에서 20대 남성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유치 경쟁이 뜨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