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open HWP file(HWP 파일 여는 방법)."
구글 검색창에 "How to open"을 적으면 자동 완성되는 검색어 중 하나다. HWP는 한글과컴퓨터가 만든 워드프로세서 '한컴오피스 한글(이하 아래아한글)' 파일 확장자(파일 종류를 나타내는 명칭)다.
아래아한글은 국내 컴퓨터 사용자에겐 필수 소프트웨어 중 하지만 사실상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자동완성되는 위 검색어에서 알 수 있듯, 한국에서 작성한 HWP 파일을 받아 든 외국인들은 영문을 몰라 헤매기 마련이다.
◇ 미국에서 여권 잃어버려도 HWP? 공공기관의 지나친 '아래아한글 사랑'
아래아한글은 특히 우리나라 공공기관들에겐 '표준 워드프로세서'다. 각종 공지사항부터 서류 양식, 주요 정책을 알리는 보도자료까지 HWP 파일로 작성된다.
그러나 세계 시장 표준 워드프로세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MS Word)다. 워드프로세서는 일반적으로 오피스 프로그램에 포함돼 판매된다. 글로벌 IT 자문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365는 2017말 기준 세계 오피스 소프트웨어 시장 88%를 점유하고 있었다. 2위는 구글 지스위트(G-Suite)로 점유율은 9.7%였다. 아래아한글은 세계 기준으론 점유율이 미미한, 한국에서만 쓰이는 '갈라파고스 소프트웨어'다.
최근 클라우드 환경이 보편화되며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소프트웨어가 지닌 약점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일례로 구글 지메일(Gmail), 구글드라이브 등은 MS워드 파일인 DOCX나 PDF(어도비에서 개발한 전자 문서 서식) 파일을 읽어낼 수 있지만, HWP는 인식하지 못한다. 아래아한글은 '표준 소프트웨어'가 아닌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공공기관이 해외에서 사용해야 하거나, 외국인을 위한 문서마저 HWP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미 한국 대사관 웹사이트에 방문해봤다. 각종 민원 서식을 올려놓은 자료실에는 병역업무 관련 신청서, 여권 민원 서식, 가족관계등록부 등이 HWP와 PDF만으로 올려져 있었다.
PDF는 표준적인 전자 문서 형식 중 하나지만, 수정을 위해선 유료 프로그램인 아크로뱃(Adobe Acrobat)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여권을 잃어버려, 온라인으로 긴급여권 신청서를 작성하려면 현지에서 아래아한글을 구해 사용해야 하는 꼴이다.
외국인을 위한 문서에 HWP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북대학교 ICT 창의인재양성사업단은 외국인 참여대학원생 해외출국 승인 요청서를 HWP 파일로 올려놨다. 한국에서 연구활동 하는 외국인들은 사실상 아래아한글 사용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 한국만 사용하는 알집… "국산 소프트웨어 사랑도 좋지만, 표준 지켜야"
'ALZ'라는 확장자를 사용하는 압축 프로그램 '알집' 또한 대표적인 한국의 갈라파고스 소프트웨어로 꼽힌다. 알집은 이스트소프트가 만든 압축프로그램이다. 개인 사용자에겐 무료지만 공공기관엔 알드라이브·알씨 등 '알툴즈'로 묶여 유료로 판매한다. 알집은 국내 압축프로그램 공공납품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계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압축 프로그램은 WinZIP, WinRAR 등이다. 대부분의 압축 프로그램이 ZIP과 RAR 확장자를 지원하고, 윈도우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두 확장자로 된 압축 파일 해제를 지원하기도 한다.
결국 한국에서만 쓰이는 ALZ를 풀기 위해선 알집을 설치하거나, 국산 무료 소프트웨어인 반디집 등을 사용해야만 한다. 때문에 ALZ 또한 해외에선 악명 높은 확장자다. 역시 구글에 "how to open ALZ file"을 검색하자, HWP를 검색했을 때와 같이 ALZ 파일 실행법을 안내하는 웹페이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를 지원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세계 표준에 뒤떨어져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기혁 중앙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산업 유지를 위해선 공공기관이 국산 소프트웨어를 구매·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호환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HWP로 문서를 올린다면 한글 뷰어를 동봉하거나, PDF·DOCX 등 양식을 함께 올리고 알집을 사용하더라도 표준적인 ZIP 파일로 압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