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송파·용산 아파트, 보유세 30% 이상 오른다

입력 2019.04.30 03:12 | 수정 2019.04.30 06:45

[공시가 인상 확정] 2019 공동주택 공시가격
시뮬레이션 해보니… 송파 파크리오 전용 84㎡ 보유세 32% 늘어
정부, 3월과 달리 이번엔 '하위 98%, 공시가 상승률 낮다' 표현 빼

서울 용산구에 사는 A씨는 지난달 잠정치가 공개된 본인 소유 아파트 공시가격을 확인하고는 곧장 인터넷으로 이의 신청했다. 공시가격이 같은 동(棟)의 더 넓은 집보다도 비싸게 나왔기 때문이다. 성동구 B씨도 아파트 공시가격을 확인한 후 곧장 이의 신청했다. 작년 1년 동안 같은 단지 내 같은 면적 아파트가 단 한 건도 거래되지 않았는데 공시가격이 15% 가까이 오른 것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전국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들어온 이의 신청(의견 청취)이 20일 새 2만8000여 건, 작년의 22배, 재작년의 86배 쏟아졌다. 정부는 이런 이의 신청 중 21%만 들어줬다. 공시가격 인상 기준이 되는 시세나, 개별 단지별 시세 반영률 등 구체 정보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시가격 업무를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탓에 국민은 재산권을 침해당하고도 그 근거조차 알 수 없다"고 비판한다.

◇강남 등 보유세 30% 급등 단지 속출

정부가 29일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확정치를 공개하면서 공시가격 인상의 충격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각종 부담금, 국가 장학금 등 60가지가 넘는 행정에 활용된다.

서울 구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외
당장 올 하반기 재산세부터 올라간다. 재산세는 공시가격이 일정 금액 이상 높아질 때마다 계단식으로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 구조다. 종부세 역시 누진세여서 대상 아파트의 세금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 실제 이날 국토부가 공개한 일부 아파트 단지의 공시가격을 참고해,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사가 세금을 모의 계산(시뮬레이션)한 결과, 강남·송파·용산구 등지 아파트의 보유세가 3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들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은 13~17% 수준이었다. 공시가 6억원 초과 주택은 공시가격 인상률보다 세금 인상률이 더 높다.

예컨대,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0억6400만원에서 올해 13억2000만원으로 24.1% 올랐지만, 보유세는 361만원에서 518만원으로 43.5% 늘어난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의 공시가는 8억800만원에서 9억6000만원으로 18.8% 올랐지만 보유세는 224만원에서 297만원으로 32.6% 늘어난다.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푸르지오써밋 전용 152㎡ 역시 공시가격은 29.8% 오르지만 보유세는 45.5% 늘어난다. 서초구에서도 반포자이,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등의 보유세가 40% 이상 급증한다.

◇불만 접수 2만8000건 폭주… 반영 비율은 21% 그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잠정치가 공개된 지난달 14일 이후 접수된 이의 신청은 총 2만8735건이다. 이 같은 이의 신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336건)의 86배에 달한다. 이런 불만 급증에 대해 정부는 단지 공시가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문기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과거와 달리 올해는 지역별·가격대별 평균 가격 등 구체적 내용 공개 시기가 한 달 반 정도 앞당겨졌고, 그 결과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며 "특히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온라인으로 접수된 비율이 64%에 달했다"고 했다. 과도한 인상률이나 공정성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올해 이의 신청은 대부분 '공시가격이 너무 높다'는 쪽이어서 예년과 차이가 있었다. 이의 신청 2만8735건 중 2만8138건(98%)이 공시가격을 '내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에 비해 작년은 1290건 중 1077건(83%)이 하향 요청이었고, 2017년은 64%, 2016년은 63%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결국 공시가격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다고 국민이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위 98%는 상승률 낮다' 주장 슬그머니 철회

정부는 지난 3월 공시가격 잠정치 발표 자료에 '시세 12억원 이하 대다수 중저가 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높지 않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적었지만, 이번 확정 발표 자료에서는 이런 표현을 완전히 없앴다. 주택 보유자를 상위 2%와 나머지 98%로 나누는 '편 가르기 전략'을 펴려 했지만, 상위 2%가 아닌 집의 공시가격도 많이 올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런 표현을 아예 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아파트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14.96%, 9억~12억원 아파트는 17.43% 올랐다. 30억원 초과 아파트(13.1%)보다 오히려 더 올랐다. 잠정치 발표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잠정치 발표 직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한 아파트 주민은 "정부는 고액 아파트에 대해 핀셋처럼 집어 공시가격을 올린다고 했는데, 서민이 많이 사는 우리 단지도 강남이나 마포·용산·성동구처럼 20% 가까이 공시가격을 올렸다"며 이의 신청을 했다. 동작구 K아파트는 입주자 대표들이 이의 신청을 독려하는 게시물을 단지 내 게시판에 올렸다.

이번에 발표된 공시가격에 대한 최종 이의 신청은 5월 30일까지 인터넷과 시·군·구청 민원실 등에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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