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삼성이 포기한 무선충전기술, 중견 기업이 살릴까

조선비즈
  • 황민규 기자
    입력 2019.04.28 06:00

    삼성전기가 지난 19일 무선충전 사업을 국내 중견기업인 켐트로닉스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전기는 지난 수년간 투자해왔던 모바일 무선충전 기술 분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 셈입니다. 무선충전 기술을 연구해왔던 전문 연구원과 엔지니어 수십여명은 켐트로닉스로 자리를 옮기거나 삼성에 남을 수 있지만, 남는다고 해도 딱히 연구할 주제가 없어 난감한 상황입니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기의 무선충전 사업 매각을 아쉬워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사실상 유일하게 국내에서 자기공진방식의 무선충전 기술에 투자해오던 대기업이었기 때문입니다. LG전자나 구글, 애플 등 다른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자기유도방식의 무선충전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10여년전부터 안정화된 기술입니다.

    무선충전 기술 연합인 에어퓰의 자기공진방식 무선충전 기술로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있는 모습. /에어퓰 제공
    ◇ 무선충전 기술의 종착역 ‘자기공진’

    무선충전 방식은 단순히 충전 선을 없애고 송·수신부가 맞닿아야 하는 자기유도 방식(PMA·WPC 규격)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충전이 되는 공진 방식(에어퓰 규격) 두 가지 기술이 있습니다. 자기유도방식의 경우 이미 많은 스마트폰에 적용돼 있지만, 자기공진은 아직 제대로 상용화된 사례가 없습니다.

    자기공진 방식의 무선충전 기술은 이미 100여년전인 1890년쯤 크로아티아 출신 물리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연구를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선 없이도 전기를 지구 반대편까지 보낼 수 있다는 테슬라의 신념은 당시 그에게 매드 사이언티스트(Mad scientist·미치광이 과학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2010년대 들어 무선 전력전송 기술은 세계 IT 업계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전기는 왜 이미 기술이 안정화된 자기유도방식의 무선충전 대신 자기공진에 투자를 했던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기유도의 경우 전력 전송 효율이 90% 이상에 달하고 인체에 무해하지만, 충전패드와 기기가 사실상 거의 붙어 있어야만 충전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원거리 충전을 지향하는 무선충전의 본질적인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조선DB
    반면 자기공진 방식은 충전기와 기기가 떨어져 있어도 충전이 가능한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최근 수년간 기술적 난제에 봉착하며 충전 가능한 거리가 2~3㎝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일부 업체가 7㎝~10cm 이상까지 자기장 파급 범위를 늘릴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충전효율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미국의 와이트리시티(WiTricity) 등 일부 기업업은 수미터 거리로 충전 가능 범위를 늘린 사례도 있습니다.

    ◇ 쉽지 않은 상용화…6년간의 노력이 아쉬워

    삼성전기가 자기공진 무선충전의 상용화를 외친 건 이미 6년전부터입니다. 지난 2013년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4 모델에 자기공진 방식을 탑재할 구체적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하지만 당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무선충전칩이 테스트 과정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결국 적용을 포기했습니다.

    이후 6년동안 삼성전기는 무선충전연합인 에어퓰(Air Fuel) 등과 함께 기술 개발에 적지않은 리소스를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습니다. 삼성전기 내부적으로도 한때는 1m 수준의 거리까지 무선충전이 가능한 모듈을 개발했지만, 충전 효율 문제가 계속해서 발목을 잡았고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는 문제도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을 대신해 중견 기업인 켐트로닉스가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모바일 분야에서 삼성이 가지는 영향력과 기술 기반을 감안하면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자기공진 분야 최대의 기술 연합인 에어퓰의 경우 삼성전기, 삼성전자, 퀄컴, 인텔 등 대기업이 뭉쳐 결성됐습니다.

    삼성전기의 무선충전 사업을 인수한 켐트로닉스가 자기공진 분야에서의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켐트로닉스는 주로 스마트폰·전장용 무선충전모듈을 개발·생산해왔으며 앞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에도 납품을 한 바 있지만 이는 기존의 자기유도방식의 무선충전 제품들입니다. 삼성처럼 수년간의 투자가 자기공진 기술에 계속 도전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기공진방식의 무선충전 기술은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회사인 삼성전자와 삼성 최대의 전자부품 계열사인 삼성전기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업계에서 적지않은 주목을 받았고 실제 CES나 MWC 등 국제 기술 박람회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며 "삼성이 이 기술을 포기하고 철수하는 것은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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