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조원태 회장, 취임 하자마자 KCGI 펀드와 지분 쟁탈전

조선비즈
  • 조지원 기자
    입력 2019.04.26 06:00

    한진그룹이 리더십 공백을 깨고 ‘3세 시대’를 열었다. 조원태 신임 회장이 지난 24일 한진칼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것이다. 고 조양호 회장의 장례절차를 마무리한지 8일 만에 장남이 그룹 지주회사를 이끌게 됐다.

    조 신임 회장은 그룹 창업 정신인 ‘수송보국(輸送報國)’ 계승을 내세우며 정통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등 계열사도 가까운 시일 안에 이사회를 열고 회장으로 직급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한진이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럽게 별세로 그룹 승계 준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LG그룹이 빠른 시간 내에 구광모 회장 체제로 전환에 성공한 만큼 한진도 의외로 쉽게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 신임 회장은 별도 취임 행사도 없이 회장 자리에 오른 뒤, 올 6월 1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 참석한다. 다만 조 신임 회장 앞엔 행동주의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라는 공격자가 있다. KCGI는 한진그룹이 혼란을 겪는 사이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면서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내년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까지 지분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신임 회장./한진그룹 제공
    ◇ 상속세 납부 문제 없을 듯…지분 늘리는 KCGI 공격 방어가 관건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사 한진칼→대한항공·한진‧진에어 등 자회사→손자회사로 구성돼 있다. 조원태 신임 회장은 한진칼 대표이사로 그룹 회장직에 올랐지만, 한진칼 지분은 2.34%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려면 조양호 회장이 가지고 있던 한진칼 지분 17.84%(우선주 제외)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가치는 3800억원(25일 종가 3만6000원 기준) 규모인데, 특수관계인 지분에 대한 할증 20%와 최고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상속세 규모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 신임 회장은 연부연납으로 상속세를 5년간 6차례에 걸쳐 나눠낼 가능성이 크다. 지분 매각 없이 배당 확대, 주식담보대출만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이 연봉과 배당으로 연간 200억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면 대출 만기 연장을 통해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다.

    상속세 마련보다 더 큰 문제는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2대 주주 KCGI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KCGI는 올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전후로 지분을 집중 매입하고 있다. KCGI 지분율은 3월 15일 12.8%에서 14.98%로 2.18%포인트 늘었다.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지난 8일 이후 그레이스홀딩스, 디니즈홀딩스, 캐롤라인홀딩스 등을 통해 6차례에 걸쳐 지분을 사들였다.

    KCGI가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에도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것은 내년 3월 주총에서 본격적으로 입김을 내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된다. 내년 3월 주총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에 따른 재선임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올 3월 주총에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찬성 65.46%, 반대 33.54%로 통과됐다. KCGI(당시 12.8%) 말고도 오너 일가를 견제하는 세력이 더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우호 세력 확보도 과제다.

    서울 소공동 한진그룹 빌딩./조지원 기자
    ◇ 경영수업 기간 짧아…국제항공운송협회서 대외무대 데뷔할듯

    조원태 신임 회장은 부친 조양호 회장에 비해 경영수업 기간이 짧다. 조양호 회장의 경우 1974년 입사해 그룹 회장이 될 때까지 29년이 걸렸다. 대한항공 사장, 한진그룹 부회장 등 그룹 내 직책 뿐 아니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국제항공운송협회 집행위원회 위원 등 외부 활동에도 활발히 나섰다.

    반면 조원태 신임 회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한 지 16년 만에 회장이 됐다. 2017년 1월 대한항공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이다. 그는 대한항공에서 경영기획팀, 자재부, 여객사업본부, 경영전략본부, 화물사업본부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주요 계열사인 한진칼, 한진 등은 선대 회장 측근이자 전문경영인인 석태수 한진칼 사장, 서용원 한진 사장이 당분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조 신임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 6월 열리는 IATA 연차총회에 시선이 쏠린다. IATA는 ‘항공업계의 UN(국제연합)’으로 전 세계 항공사의 최고경영진, 항공기 제작사 등 관련업계 종사자 1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행사다. 조 신임 회장은 IATA 연차총회 의장직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신임 회장이 전 세계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국제회의를 주도하고, 글로벌 항공동맹체 교류 등을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 강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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