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생산'에 방점 찍힌 삼성의 비메모리 투자…"통상적인 투자 규모" 지적도

조선비즈
  • 장우정 기자
    입력 2019.04.24 15:49 | 수정 2019.04.24 16:47

    파운드리는 비메모리 ‘위탁 생산’
    "그래도 삼성으로선 최선의 비메모리 육성책"
    비메모리 연간 11조…공장 투자 "원래 하던 것"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며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직접 고용만 1만5000명을 하겠다고도 했다. 최근 메모리 수요가 약화하면서 이를 주로 만들어 수출해 왔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으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데 대한 정부의 위기감을 반영한 조치다.

    앞서 지난 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메모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메모리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내놓기 바란다"고 주문했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을 보면, 방점은 최근 회사 측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부문에 찍혔다. 파운드리는 엄밀하게 비메모리라고 분류하기는 어렵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선공정 단계에서 용도와 부가가치 등에 따라 데이터를 저장하면 메모리, 그외 다양한 역할을 하면 비메모리로 나눈다면, 파운드리는 설계도를 가지고 반도체를 최종 생산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모뎀 칩, 이미지센서 등의 비메모리도 만들고 있는데 각각의 영역에서 이미 인텔, 퀄컴, 소니 등이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고 있어 이를 빠른 시일 내 뒤집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지금으로써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비메모리 육성책을 파운드리로 판단한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파운드리 역시 전체 반도체 산업의 범주에 포함되고, 비메모리 업체 대부분이 파운드리를 통해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현재 경쟁력이 있는 부분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와 비메모리 시장 규모를 각각 3대 7 정도로 나눈다면, 파운드리 부문은 또 다른 10으로 볼 수 있고,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잘하면 전체 20인 시장에서 13 정도를 가지고 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대만 TSMC에 이어 파운드리 부문 점유율 19.1%로 전 세계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최첨단 5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을 개발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국내 중소 반도체 고객들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직접 개발한 인터페이스 IP(지적재산권)를 비롯해 반도체 설계·분량 분석 도구 툴, 소프트웨어 등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인 비메모리 분야에서 국내 중소업체들이 수준 높은 파운드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물량 기준을 완화해 이들 제품도 적극적으로 생산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거대 장치 산업인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는 공장이 없는 국내 중소 반도체 업체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길우
    다만,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관련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규모로 제시한 133조원이 연간으로 환산했을 때 평균 11조원 수준이고, 이것이 그간 투자해 왔던 금액에서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R&D와 시설투자에 각각 18조6504억원, 23조7196억원을 썼다. 총 42조3700억원이다. R&D의 경우 반도체 부문 외 다른 사업부 관련된 비용도 포함돼 있다. 이를 거칠게 정리해 30조원 정도로 본다면, 이 중 비메모리에 11조원을 쓴다는 것은 통상적인 투자 규모라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메모리와 비메모리 매출 비중이 대략 2대 1 정도로 알려져 있는 것으로 추정한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비메모리 투자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현재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파운드리 생산시설인 화성캠퍼스 S3라인 외에도 화성 캠퍼스에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을 활용한 전용 라인을 건설 중인데, 여기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이전부터 알려진 것이어서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전에 투자 중인 전용 라인 외에도 신규 라인 등 파운드리 부문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투자 금액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과거 R&D와 시설투자 대부분이 메모리에 치중돼 있었던 만큼 연간 11조원을 비메모리에 쓴다는 것은 투자를 확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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