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금융, 법제화 지연에 폐업까지…“옥석가리기 시작됐다”

조선비즈
  • 이윤정 기자
    입력 2019.04.17 06:00

    올 들어 P2P협회 회원사 15개 탈퇴
    법제화 지연에 위축된 투자심리 반영

    금융위원회와 P2P(Peer to Peer·개인 대 개인)금융 업계의 숙원 과제인 ‘P2P금융 법제화’가 기약 없이 미뤄지는 가운데, P2P금융 업체가 연이어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지금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P2P금융 관련 사기·부실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는데,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은 법제화까지 미뤄지면서 업황이 악화하고 있는 탓이다. P2P금융 법제화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됐던 ‘옥석 가리기’가 벌써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59개였던 회원사는 현재 44개까지 줄었다. 3개월 새 15개 업체가 협회를 탈퇴한 것이다. 협회 탈퇴는 사실상 폐업 절차를 의미한다. 협회 관계자는 "탈퇴가 100% 폐업으로 이어진다고 단정짓긴 어렵지만, 사업 정리 또는 폐업을 위해 탈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올해 특히 탈퇴하는 회원사가 많다"고 말했다.

    협회 가입을 위해선 P2P금융 대출 가이드라인 준수 업체 중 가입비 475만원, 연회비 300만원을 납입해야 하고 외부 신용평가사 두 곳을 통해 대출 내역을 협회에 공유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감원에 등록된 200여개 업체 중에서도 업계에서 기반을 다진 이들이 주로 가입해왔다.

    P2P 법제화가 국회 정무위원회 파행 등으로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에 참석했던 민병두 정무위원장./연합뉴스
    협회는 회원사 ‘탈퇴 러시’에 대해 P2P금융 법제화 지연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P2P금융 법제화가 미뤄지면서 P2P금융 투자 심리가 계속 위축돼 있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투자자 모집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보니 신규 상품을 내놓기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사업을 정리하거나 아예 폐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 P2P금융 누적 대출액의 증가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다. 협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P2P 대출 누적 취급액은 3월 말 기준 3조5302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월 대비 4.7% 늘어난 수준이다. 작년 3월의 경우 같은 기간 10.3%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P2P금융 법제화 이후로 예견됐던 ‘옥석 가리기’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P2P금융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갈 경우,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현행 P2P 대출 가이드라인보다 영업 규제를 풀어 성장 발판을 마련해주지만, P2P금융 업체의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양태영 한국P2P금융협회장 겸 테라펀딩 대표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P2P금융 투자 상품에 대한 이해 없이 높은 수익률만 보고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이후 연체, 미상환, 업체 도산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의 상품 분석력과 업체 선별력이 높아졌다"며 "그러다보니 P2P금융 업체의 역량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탈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질의 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연체율이 낮은 업체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P2P금융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법제화가 된다면 공시 의무가 강화되고 인력·자본금 요건 등도 마련돼 소비자 보호 장치가 지금보다는 탄탄해질 것"이라며 "사기 대출 등으로 P2P금융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을 고려하면, 법제화를 통한 소비자 보호가 업계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당초 상반기 중 P2P금융 법안 통과를 예상했으나 불투명한 상황이다. P2P금융 법안을 검토하는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4일 회의를 끝으로 향후 회의 일정조차 잡지 않은 상황이다. 4일 회의마저도 손혜원 무소속 의원 부친의 국가유공자 선정과 관련된 논란으로 파행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가 열리면 법안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법안 자체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은 크지 않은 만큼, 심사만 시작된다면 수월하게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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