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헌법재판관 칼자루 쥔 금융당국... 이유정 후보자 데자뷰

조선비즈
  • 송기영 기자
    입력 2019.04.15 16:12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15일 금융위원회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남편 오충진 변호사의 내부정보 활용 주식 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금융위는 야당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뒤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2017년 주식 투자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관련 의혹도 조사했었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조사 결과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가 있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이 전 후보자를 비롯해 관련자 4명을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 의뢰했다.

    공교롭게도 금융당국이 또다시 주식 거래 문제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칼자루를 쥐게 된 것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김진홍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에게 ‘이미선 후보자 내부정보 주식거래 의혹 조사 요청서’를 전달했다.

    오 사무총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이 후보자와 관련한 주식거래 내용과 관련해서 오늘 금융위에 조사 요청을 하게 됐다"며 "금융위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 조사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홍 단장은 "(조사 요청서)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왼쪽)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민원실에서 금융위원회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남편 오충진 변호사의 불법 내부 정보를 활용한 주식거래 의혹에 대해 조사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당도 이날 오후 이 후보자와 오 변호사에 대한 조사 의뢰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과 남편이 주식을 가진 OCI 계열사 이테크건설의 재판을 담당했고, 판결 이후 주식을 추가 매수해 이득을 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당시 오 변호사와 함께 재산 42억6000여만원 가운데 83%인 35억4887만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특히 OCI그룹 계열회사인 이테크건설(016250)(17억4596만원)과 삼광글라스(005090)(6억5937만원) 보유 주식이 전체 재산의 절반을 넘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오 변호사는 지난 12일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에 따르면 오 변호사는 OCI 계열사인 삼광글라스의 중요 공시와 공정위 적발 등을 전후해 주식을 집중 매수하거나 매도했다.

    오 변호사는 삼광글라스가 계열사 군장에너지와의 유연탄 공급 계약을 공시하기 직전인 2017년 12월 21~28일에 삼광글라스 주식을 9000주가량 사들였다. 이후 삼광글라스는 12월 28·29일 군장에너지에 유연탄 256억원어치를 공급하겠다고 공시했다.

    오 변호사는 군장에너지 상장설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던 지난해 3월 중순 보유 중이던 삼광글라스 주식 2700주를 팔았다. 2주 뒤 한국거래소가 삼광글라스 주식에 대해 거래 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오 변호사는 4월 4일부터 이 회사 주식 1만주가량을 다시 사들였다.

    야당은 "거래 정지 전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거래 재개 후 폭락한 주식을 다시 담는 것은 전형적인 작전 세력 패턴"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후보자의 주식 거래 논란이 2017년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의 중도 낙마 사태와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비상장 기업이던 내츄럴엔도텍 주식 1만주를 사들였다 팔아 약 5억7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이 전 후보자가 소속된 법무법인 원이 당시 내츄럴엔도텍 관련 사건을 맡고 있었다.

    당시 금융위는 금감원을 통한 자체 조사 끝에 지난해 7월 이 전 후보자와 법무법인 원 소속 변호사 3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당시 금융위에 이 전 후보자의 주식 거래 조사를 의뢰한 것도 오신환 사무총장이다. 검찰은 지난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이 전 후보자와 관련자 3명을 기소했다.

    금융위가 이미선 후보자의 조사를 결정할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두번이나 주식 거래 문제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조사하게 된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내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미선 후보자와 이유정 전 후보자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이유정 전 후보자는 본인이 직접 대량으로 주식을 매수·매도한 것이 확인됐고, 특히 비상장사 주식을 거래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일반 투자자가 비상장사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가 상장 후 되파는 것은 내부 정보 없이는 쉽지 않은 투자 행위라는 것이다.

    반면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는 이미선 후보자 부부가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훨씬 전부터 증권가의 주목을 받아 주가가 상승세를 탔었다. 이테크건설은 2016년, 삼광글라스는 2014년부터 증권사들이 추천 종목으로 제시했다. 이들 부부가 주식을 매수한 시점은 이테크건설 2017년, 삼광글라스 2016년이다.

    당시 이미 여러 증권사가 ‘매수’ 추천한 사실 등에 비춰볼 때 비정상적인 거래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부정보 이용 여부는 금융당국이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이 종목을 샀다는 이유로 내부정보를 이용했다고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유정 전 후보자 사례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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