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챔피언]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 세계 1위 오른 ‘인텔리안테크’ 성상엽 사장

조선비즈
  • 박용선 기자
    입력 2019.04.15 10:10 | 수정 2019.04.15 12:09

    성상엽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사장은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에 이어 (지상용) 초고속 우주 통신 안테나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기자
    성상엽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사장은 2004년 2월 13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세계 보트 쇼’에 참가, 글로벌 종합 해양 장비회사 레이마린(Raymarine) 전시관을 찾아갔다. 한국의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 회사인 인텔리안의 최고경영자(CEO)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레이마린 경영진에게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술만 있지 존재감이 없었던 신생 회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 사장은 레이마린이 다양한 해양 장비를 만들고 있음에도 안테나 기술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끈질긴 설득 끝에 인텔리안이 만든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를 테스트할 기회를 잡았다. 인텔리안의 기술력을 확인한 레이마린은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과거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는 파도로 인한 배의 진동에 맞춰 자동으로 안테나 방향을 조정해 인공위성 전파를 수신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은 안테나와 인공위성 간의 방향이 조금만 틀어져도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거나 끊기는 단점이 있었다. 인텔리안의 안테나는 자동 진동 제어 시스템은 물론 인공위성이 쏘는 전파를 추적하는 기능을 강화해 방향이 다소 틀어져도 인터넷이 끊기거나 느려지지 않았다.

    인텔리안은 레이마린을 첫 고객사로 확보, 2005년 첫 해양 인공위성 통신용 안테나를 생산·수출했다. 오늘날 60개국 550개사로 제품을 수출하는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 ‘세계 1위’ 기업으로 첫걸음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인텔리안은 지난해 매출 1098억원, 영업이익 103억원을 달성했고, 미국, 유럽 등 해외 매출 비중이 95%에 이른다.

    성상엽 사장(47)은 기술을 무기로 똑똑한 안테나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라는 사명을 지었다. 성 사장은 지난 11일 경기도 판교 인텔리안 사옥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설립 때부터 세계 시장에서 1등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인텔리안은 미국, 영국, 네덜란드, 싱가포르, 중국 등 10여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 해외 매출 비중 95%, 11년 만에 세계 1등

    성 사장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 업체 엑센츄어에서 일하다가 2000년 IT(정보기술) 바람을 타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창업한 기업은 IT솔루션을 다루는 인텔리안시스템즈였다.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내 회사’를 차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약 7000만원의 창업자금은 사업을 일으키기엔 부족했고, 남들과 같은 길을 가선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성 사장은 벤처기업이 도전하기엔 다소 모험이라고 불릴 수 있는 고난이도 기술력을 요구하는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 제조업으로 눈을 돌렸다.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은 험난했지만,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우리가 도전할 때만 해도 영국 방위산업 업체 코브햄(Cobham)과 미국 위성통신 업체 KVH가 세계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습니다. 진입 장벽은 높지만 쉽게 생각하면 두 회사만 이기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틈새 시장을 파고들었습니다."

    2010년 인텔리안에겐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 1위 위성통신 회사인 영국 인마샛(Inmarsat)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인마샛은 미래 통신 속도 경쟁을 위해 기존 일반통신 주파수에 초고속통신이 가능한 주파수를 추가한 듀얼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위성통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15년까지 세계 시장에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인텔리안은 인마샛 프로젝트에 참여, 기존에 없던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를 개발했다. 성 사장은 "인텔리안이 개발, 인마샛에 공급한 안테나는 세계 표준이 됐다"며 "해양 위성 인터넷 속도는 100배 이상 빨라졌고, 안테나 가격은 7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인텔리안은 인마샛 프로젝트를 발판으로 2015년 세계 해양 인공위성 안테나 시장에서 30%대 후반의 점유율을 달성했고, 현재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의 해양 인공위성 안테나를 탑재한 크루즈 선박./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제공
    ◇ 지상용 위성통신 안테나 개발…우주 인터넷 시대 준비

    인텔리안에는 현재 38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연구개발(R&D) 인력 비중은 30% 수준이다. 매출의 12%(2018년 기준)를 R&D에 투자할 만큼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위성 안테나의 위성 식별 장치, 이동체의 이동에 따른 지향 오류를 보정하는 위성 추적 안테나 시스템, 다중 대역 신호 송수신 장치 등 관련 특허만 41건에 달한다.

    인텔리안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지상용 위성통신 안테나를 개발하고 있는 것. 아마존, 스페이스X 등 글로벌 기업들이 본격적인 우주 시장 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에 발맞춰 관련 기술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기업들은 저궤도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린 다음 글로벌 위성통신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광케이블이 아닌 인공위성과 안테나를 이용한 ‘초고속 우주(위성)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인텔리안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10억달러(약 1조원)를 투자한 영국 위성통신 업체 원웹(Oneweb)과 손을 잡았다. 원웹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면, 인공위성의 신호를 받는 안테나는 인텔리안이 개발·공급한다. 원웹은 올 2월 소형 위성 6대를 발사했고, 2022년 전 세계에 초고속 위성통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인텔리안은 2년 전부터 지상용 위성통신 안테나 개발에 들어갔고 2021년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성 사장은 "2022년 (지상용) 초고속 우주 통신 시장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 시장에 이어 새로운 시장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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