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내년 초 서울에서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겠다고 9일 밝혔다. 무주공산(無主空山)인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하려고 아마존·IBM(2016년), 마이크로소프트(2017년), 오러클(올해 하반기 예정)에 이어 구글까지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클라우드는 개별 회사 전산실에 서버(중앙 컴퓨터)를 갖추는 대신 초대형 데이터센터 저장 공간을 빌려 쓰는 서비스다. 비싼 서버를 사들일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스마트시티 등으로 기업이 다뤄야 할 데이터양이 폭증한 점도 시장을 키우는 요소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208조1000억원에서 2022년 337조8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주요 IT 기업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전 세계 점유율 확대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 기업은 안방 시장을 모두 뺏기고 해외 기업의 협력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구글 등 美 클라우드 '빅4' 한국 진출

구글코리아는 이날 "한국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20년 초 서울에 신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데이터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라며 "인도 뭄바이, 싱가포르, 대만, 일본 도쿄 등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8번째"라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해 국내에 클라우드 사업을 전담할 '구글클라우드코리아'를 설립하고, LG유플러스와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맺었다.

구글 CEO 선다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구글에 앞서 미국의 아마존·IBM·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6년부터 차례로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러클'과 클라우드 운영 업체 '에퀴닉스'도 국내 데이터 센터를 마련할 예정이다.

글로벌 IT 공룡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건 초기 단계인 한국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한국 클라우드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조9407억원 수준으로 세계시장 1%에도 못 미쳤지만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을 받는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대기업과 클라우드 시장의 주요 고객인 게임 업체가 많은 데다 민간 기업(10인 이상) 클라우드 활용률도 아직 12.9%(2016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80% 이상 글로벌 기업 장악

문제는 국내에는 이런 글로벌 기업과 맞붙을 클라우드 업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기술은 2017년 기준 미국의 72.4% 수준이다. 일본·중국에도 뒤져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갖춘 미국 IT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상황"이라며 "이미 국내 시장에서 외국 기업 점유율이 80%는 넘을 것"이라고 했다.

토종 대항마 부재 상황에서 국내 주요 기업은 속속 해외 기업과 클라우드 계약을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아마존·구글·MS 등의 서비스를 이용해 클라우드 전환에 나섰다. 계열사 LG CNS에는 클라우드 전환과 운영 지원이라는 역할만 맡겼다. 국내 대표적 IT 서비스 기업 삼성 SDS, LG CNS, SK(주)C&C 등도 해외 기업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들의 협력사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KT·LG유플러스 등 통신 업계도 데이터센터 공간을 해외 기업에 빌려주는 데 치중하고 있다. 클라우드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한국이 글로벌 기업의 클라우드 속국(屬國)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클라우드(cloud)

개별 회사 전산실에 서버(중앙 컴퓨터)를 갖추는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설립한 대용량 데이터 센터 저장 공간을 빌려 쓰는 서비스. 필요한 만큼만 빌려 쓰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어디서나 업무가 가능하다. 구름(cloud) 속에 데이터를 저장해두는 것과 비슷하다는 뜻에서 클라우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