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도 울고 갈 '실검 마케팅'

조선일보
  • 양모듬 기자
    입력 2019.04.10 03:07

    티몬데이·위메프 원더쇼핑 등 네이버에 특정단어 검색하면 반값 할인·쿠폰 등 혜택 제공
    실검 오르면 소비자 유입 늘어

    직장인 김모(34)씨는 8일 0시 네이버 모바일웹 검색창에 '원더쇼핑 에어팟2'를 수십 차례 입력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이날 '원더쇼핑' 앱에서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에 에어팟2(애플의 무선 이어폰) 50개를 선착순 반값에 파는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대상 고객을 네이버 검색을 통해 쿠폰을 받은 이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쿠폰을 받으려는 소비자가 몰리자 '원더쇼핑 에어팟2'는 이날 15시간 동안 네이버 실검(실시간 검색) 20위 안에 머물렀고, 오전 10시 38분부터 낮 12시 17분 사이에는 실검 4위를 차지했다. 같은 날 소셜커머스 티몬의 할인 행사 '티몬데이'도 약 5시간 실검 상위권에 머물렀다. 티몬은 네이버에서 '티몬데이'를 검색하고 검색 화면 상단의 '티몬데이' 배너를 클릭하면 할인 쿠폰과 적립금을 지급하는 행사를 열었다.

    드루킹도 울고 갈 '실검 마케팅'
    위메프와 티몬 등 온라인 쇼핑 업체가 실시간 검색어를 활용한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고객이 네이버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할인 같은 혜택을 줘서 해당 검색어가 실검 상위를 차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홍보 효과는 크지만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흐름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드루킹(2017년 대선 댓글·실검 조작 사건의 범인 중 한 명)도 울고 갈 실검 조작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검 마케팅에 일 매출 기록 갈아치워"

    소셜커머스 업체는 실시간 검색어의 마케팅 효과가 확실하다고 말한다. 티몬의 경우 지난 4월 1일 티몬데이 행사에서 네이버 실검 1위뿐 아니라, 티몬 출범 이래 일일 최대 매출, 최다 구매 건수 등을 기록했다. 티몬 관계자는 "매출이 직전 최대였던 작년 12월 3일에 비해 60% 늘었다"고 말했다. 위메프는 지난달 13일 ' 메뜨(위메프를 인터넷식 유머로 변형한 말)' 행사로 재미를 봤다. 네이버에 ' 메뜨'를 검색해야 할인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이날 약 12시간 동안 ' 메뜨'가 실검 1~5위를 오르내렸다.

    순위 공략 전략도 정교하게 바뀌고 있다. 소비자 검색이 특정 시간에 집중적으로 몰리게 세일 시간을 특정하거나, 트래픽이 적어 실검 순위를 차지하기 쉬운 밤에 행사를 시작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검색 순위를 일단 장악하면, 해당 행사를 모르던 소비자도 순위를 보고 '이게 뭐지' 하는 마음에 해당 검색어를 누르게 된다"고 말했다.

    실검 마케팅이 주목받으면서 최근엔 이마트, KT 등 대기업도 실검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이마트는 지난 2월 네이버에서 '블랙쓱데이즈'를 검색한 고객에게 할인 쿠폰을 주는 행사를, KT는 9일 오후 5시 네이버에 'KT 5시 핫딜'을 검색하면 선착순 400명에게 애플 에어팟을 반값에 파는 행사를 열었다.

    ◇소비자들 "소량 물건으로 소비자 우롱"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실검 마케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인기 물건은 소량으로 가져다 놓고, 홍보만 요란하다는 것이다. 회사원 김모(33)씨는 "지난달 한 소셜커머스 업체가 네이버 검색과 연계한 할인 상품을 두 시간마다 내놓기에 5번 모두 응모했지만, 번번이 구매에 실패했다"며 "소비자를 검색 매크로(자동 프로그램)처럼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시스템이 쉽게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특정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실검 조작을 할 수 있는데도, 네이버가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실검 마케팅에 대해 네이버로부터 어떠한 제지도 받은 적 없다"며 "네이버도 검색에 따른 광고 수익을 올리는 만큼 손해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최근 실검 마케팅에 대한 비판이 많은 만큼, 내부적으로 해결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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