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한국에 최후 통첩… "ILO 협약 비준 안하면 국가 위상 손상"

조선비즈
  • 한동희 기자
    입력 2019.04.09 17:50

    2011년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유럽연합(EU)이 9일 한국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촉구하며 "(비준이 미뤄져) 분쟁으로 이어지면 국가 위상에 심각한 손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정은 ILO 핵심 협약 중 ‘결사의 자유(노조의 단결권)’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EU는 한국의 비준 노력이 부족하다며 본격적인 분쟁절차 돌입을 예고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제8차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무역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ILO 협약 비준 마감시한을 정해두진 않았지만, 한국이 조속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가운데)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동희 기자
    ILO는 각국과 맺은 189가지 협약 가운데 8건을 ‘핵심 협약’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중 차별과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네 항목만 비준하고, 결사의 자유와 강제 노동에 관련된 네 항목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우리 법은 ▲해고자, 실업자,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징병 대상자들이 군에서 사회 복무 요원 등 국방 이외 업무도 맡을 수 있게 허용하고 있는데, 그와 충돌한다는 이유다.

    EU는 한국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때와 2006·2008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출마할 때 등 수차례 비준을 권고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경영계는 사용자 측의 생산활동 방어권 보장과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파업 중에 대체 근로를 허용하거나 부당노동행위 처벌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며 조건없는 비준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다루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 관계 제도 및 관행개선위원회’는 EU가 제시한 마감시한(4월 9일)에도 합의에 실패했다.

    말스트롬 위원은 EU의 ‘보복’을 둘러싼 노사정 논쟁에 대해서 "분쟁을 피하자는 게 EU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국제무역기구(WTO)를 통하거나 FTA 분쟁 해결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을 소집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분쟁 해결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면 해당 국가의 위상에 큰 손상을 미치기 때문에 그 전에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말스트롬 위원은 이어 "오늘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미팅을 통해 (한국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국회를 방문해 얻은 정보를 통해 전문가 패널 소집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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