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영철학 중 하나는 ‘쇼(Show)’는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장 효과가 없더라도 결국 ‘한 우물을 판’ 기업이 가치를 인정받겠죠."
9일 한진그룹이 공개한 고(故) 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 어록에 따르면 그는 2008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한 우물 파기'로 정리했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기보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물류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였다. 조 회장은 부친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수송보국(輸送報國)' 정신을 이어받아 평생 수송·물류산업 외길을 걸었다.
조 회장은 2006년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그는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습니다. 신규사업을 하다가 잘못된 그룹도 많습니다"라며 "물류가 단순해 보이지만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물류에서 일류(一流)가 되기에도 할 일이 너무 많아 한눈팔 여유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재계 순위보다 내실을 중요시했다. 그는 2008년 "수송 물류가 한진그룹의 본류입니다. 취약점을 보완하거나 특정 분야 노하우를 얻기 위한 인수합병(M&A)은 항상 열어두고 있지만, 덩치 키우기를 위한 M&A는 절대 사절입니다"라며 "재계 몇 위인지 보다는 질적으로 강한 기업, 경쟁력 있는 그룹을 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안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2016년 신년사에서 조 회장은 "대한항공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과 보안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모든 일의 마지막은 결국 사람입니다"라며 "절대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익숙한 것일지라도 항상 처음 대한다는 자세로 원칙과 규정에 의거하여 신중하게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경제뿐 아니라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2009년 9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 수락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가적 대업에 심부름꾼 역할을 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위원장을 맡았습니다"라며 소명의식을 언급했다.
2008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한국어 안내서비스를 시작할 때도 국가적인 소명의식을 언급했다. 그는 "루브르박물관 한국어 서비스는 돈이 아닌 한국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측면과 고객에 대한 감사의 의미에서 접근했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