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자동차산업, 조직·설계 등 복잡성 ‘근원치료’ 노력 필수

조선비즈
  • 이용성 차장
    입력 2019.04.06 06:00

    자동차 리콜, 복잡성 키운 결과

    자동차 산업의 역사는 ‘복잡성’과의 치열한 전쟁을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잊을 만하
    면 불거지는 ‘대규모 리콜’은 부끄러움의 기록인 동시에 영광의 상처다.

    리콜은 이미 출시한 제품에 결함이 있거나 결함의 소지가 발견될 경우 이를 무상으로 수리하거나 교환해 주는 제도다. 자동차업계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비율이 높은 건 부인할 수 없다. 미국 로펌 해리스로리맨튼이 지난해 선정한 ‘미국 10대 리콜’ 순위를 보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련 리콜이 절반을 차지한다.

    포드의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2000)이 2위였고, 도요타의 1000만 대 리콜 사태(2010)와 GM의 점화 스위치 결함으로 인한 대규모 리콜(2014)이 각각 6위와 7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관련 리콜이 잦은 것은 무엇보다 사용되는 부품이 많기 때문이다.

    부품수가 2만~3만 개에 달하다 보니 멀쩡한 부품 간 조합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첨단 전자장비 접목이 늘고 있는 것과 주요 업체들이 현지화의 일환으로 세계 각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것도 복잡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일본 아이치현의 도요타 공장에서 직원들이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사진 블룸버그
    리콜이 부끄러움의 기록인 것은 예기치 못한 ‘결함’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설계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변수를 꼼꼼히 통제하지 못해 복잡성을 키운 결과다. 위험 요인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비용 절감 압박에 무리수를 둬서 화를 키우는 경우도 있다.

    1978년 포드의 소형차 핀토는 뒤에서 오는 차와 경미하게 추돌했는데 연료탱크가 폭발하는 바람에 사람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포드가 차의 무게를 줄이고 가속력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 뒤쪽에 가벼운 연료탱크를 장착한 데 있었다. 포드는 폭발의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대당 11달러의 하우징 장착 비용과 사고 때의 보상비용을 비교한 끝에 연료탱크에 안전장치를 달지 않은 채로 차량을 내놓았다. 결국 포드는 배상금 외에도 별도로 1억2500만달러(약 1400억원)의 벌금을 추가로 물어야 했다.

    그럼에도 리콜이 ‘영광의 상처’로 남을 수 있는 건 대응 방식에 따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00만 대 리콜 사태’를 극복하고 세계 1위 단일 자동차브랜드로 우뚝 선 도요타의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자동차 시장 보안기준 강화 대비를

    2009년 8월 신형 렉서스 ES350을 타고가다 사고를 당한 일가족이 응급 신고전화 911에 남긴 급박한 목소리가 2010년 초 미국 TV 방송에 공개됐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 소속 마크 세일러가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부근 고속도로에서 부인·딸·처남과 함께 렉서스를 몰고 가던 중 속력이 시속 190㎞(약 120마일)까지 치솟은 것이었다. 결국 4명 모두 숨졌다. 사상 초유 도요타 리콜 사태의 시작이었다.

    가속페달 결함 문제의 심각성은 리콜 자체가 아니라 리콜이 확대되는 ‘과정’에 있었다. 도요타가 처음에는 결함 가능성을 부인 하다가 조사당국과 언론에 의해 구체적 결함이 알려진 뒤에야 떠밀려 조치를 취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2010년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도요타 차량 1000만 대의 리콜이 이뤄졌다.

    중요한 건 도요타가 결함을 바로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불러온 ‘복잡성 폭발’의 근본적 원인인 기업문화와 설계방식의 문제를 개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부품 개발 과정에서 본사와 부품 제조사, 일본과 해외 조직 사이의 책임·권한을 분명히 해 의사소통이 잘못돼 문제가 커지는 일을 줄여나갔다. 또 본사 홍보 조직을 아키오 사장 직속으로 바꿔, 위기가 닥쳤을 때 최고경영진을 중심으로 빠른 위기 대응책과 홍보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리콜 위기가 터진지 불과 반년 만에 회사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복잡성의 ‘원인치료’를 위한 도요타의 노력은 이후에도 오랫동안 계속됐다. 2012년에는 설계 단순화를 위해 독일 폴크스바겐의 ‘레고블록형 설계 전략’을 벤치마킹해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설계 플랫폼을 내놓았다.

    폴크스바겐의 레고블록형 설계 전략은 ‘툴킷’이라는 표준화된 부품을 조립해 하나의 차량을 만드는 방식이다. ‘모듈러 툴킷 전략’이라고도 부른다.

    2016년 4월에는 신체제 개편을 통해 회사를 7개의 개별 사업조직인 컴퍼니로 쪼개 단기적 목표의식을 강하게 부여하고, 회사의 장기적 전략수립과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을 독립시켜 권한을 강화한 것은 조직원들의 동기와 의지를 살리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에 각종 ‘스마트 기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보안 역량을 높이는 것도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지적한다.

    국내 최고 보안 전문가로 꼽히는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코노미조선’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우 2015년 피아트크라이슬러가 해킹 가능성을 이유로 지프 체로키 140만 대를 리콜한 것을 계기로 ‘해킹 취약점이 곧 제조물의 결함’이며, 따라서 집단 소송과 대규모 과징금 징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미국은 소방차·구급차와 대통령 의전 차량 등 관용차의 보안 기준 강화를 위한 10년짜리 기준 개발 로드맵을 시행 중인데, 관용차 제조사 대부분이 민간 차량도 만들기 때문에 결국 미국 자동차 시장의 보안 기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015년 미국에서는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프 체로키를 해킹해 원격으로 조종하는 시연이 있었다. 자동차 해킹 전문가인 찰리 밀러와 크리스 밸러섹은 차량에서 16㎞ 떨어진 곳에서 노트북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유커넥트 라디오’에 접근해 차량을 원격 조종했다. 시속 110㎞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급정지했고, 마구잡이로 핸들이 움직이며 곡예 운전이 이어졌다. 차는 결국 도로를 이탈해 구덩이에 처박혔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사이버 정책 담당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실버스 폴 헤이스팅스 파트너 변호사는 ‘이코노미조선’ 인터뷰에서 "한국은 모바일 기술 선진국인 만큼 사이버 공격에 많이 노출돼 있다"며 보안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혁신을 거듭할수록 위험도 따라서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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