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감기걸려 면접 못 가요" 일본 유통업계 구인난 심각...한국은 구조조정

조선비즈
  • 유윤정 기자
    입력 2019.04.02 05:00

    이마트 지난해 직원 1540명 줄여...수익성 악화탓

    국내 유통기업 임원 A씨는 최근 다소 황당했던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일본에 법인을 설립한 이 회사는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일본 직원을 고용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기 위해섭니다.

    서류전형 합격자 B씨가 면접 당일 회사에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면접에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통보였습니다. "감기에 걸려서 면접장에 못가겠다"는 이유였죠. A씨는 일본 구직자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직장을 못 구해서 난리인데, 일본은 현지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는 겁니다. 그는 "일본에선 취업준비생이 갑"이라고 했습니다. 이 회사는 아직도 마땅한 직원을 채용하지 못했습니다.

    조선DB
    이러한 분위기는 통계로도 입증됩니다. 지난달 일본의 실업률은 2.3%, 한국의 실업률은 4.7%였습니다. 특히 유통업계 채용이 부진합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국내 646개 기업의 2019년 채용계획을 분석한 결과 ‘확실한 채용계획이 있다’는 유통사 응답율은 28.6%로 가장 낮았는데요. ‘단 한명도 채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유통사도 11.9%나 됐습니다. 100곳 중 12곳은 사람을 아예 뽑지 않겠다는 겁니다.

    주 52시간 근무 제한 등 정부의 각종 규제와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기존 인력을 계속해서 줄이는 상황에서 신규 인력 채용 여력이 없다는 게 이유입니다.

    국내 유통기업은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습니다. 수익성이 악화된 탓입니다. 가장 심각한 곳이 대형마트입니다. 2017년 6400억원 순익을 냈던 이마트의 작년 순익은 3620억원으로 반토막났습니다.

    대형마트 ‘빅3(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2월 매출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13.7% 줄었습니다. 백화점(-8.1%), 편의점(3.7%)과 비교해 매출 감소폭이 컸죠. 설 명절이 2월초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물 수요가 1월에 몰린 점을 감안해도 업황이 상당히 악화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온라인 부문은 미세먼지, 신학기 특수로 매출이 12% 늘었죠.

    이마트 직원은 2017년말 기준 2만7657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2만6018명으로 1540명가량이 줄었습니다. 최근에는 전국 매장에 무인(無人) 주차시스템도 도입했죠. 주차장 정산소에 있던 직원 대신 기계를 설치한 겁니다. 물품 구매 영수증을 바코드 기계에 대면 주차비가 바로 정산되고 차액은 카드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점포 운영인력을 103명에서 69명으로 줄였습니다. 롯데마트는 기업 효율화 및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 이유로 세가지 정도를 꼽습니다. 글로벌 성과·재벌과점화·노동인구와 정부지원입니다.

    한국 기업이 전반적인 글로벌 성과가 미미한 것과 달리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 성과가 좋다는 겁니다. 해외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가 더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일본은 인구 대비 기업 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 만큼 재벌 과점화의 폐해가 더 많아 보이는 한국과 달리 역사적으로 재벌을 해체한 일본의 혜택이라 볼 수 있죠. 일본엔 중견 이상 슈퍼마켓 체인이 1070개 정도로 한국보다 20배 가량 많습니다.

    일본은 초고령 저출산으로 노동인구 수 자체가 줄고 있습니다. 대졸 청년들을 지금 채용하지 않으면 향후 몇 년뒤 구인난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죠. 직원 평균나이가 너무 고령화돼 도전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습니다.

    김창주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한국경제와 기업체질이 바꿔지 않으면 향후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지금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 및 지원은 물론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