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비행기인가, 열차인가… "쌩" 날아가는 것보다 빠르다 '하이퍼루프'

입력 2019.03.25 03:08

[세계를 보는 창 NOW] '꿈의 교통수단' 눈앞에

손진석 특파원
손진석 특파원

지난달 26일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 외곽에 있는 프랑카잘 공군기지. 지름 4m, 길이 320m인 거대한 회색 튜브 앞에서 수백명이 박수를 쳤다. 유럽 최초로 하이퍼루프 열차를 시험 운행할 수 있는 트랙을 HTT란 미국 기업이 완공한 현장이었다. 하이퍼루프 열차란 캡슐형 원통 안에서 자기 부상 방식으로 운행하는 초고속 열차를 말한다. 최고 시속 1200㎞까지 달릴 수 있어 '꿈의 교통수단'으로 불린다.

하이퍼루프 열차의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한 사람은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와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창업해 '미래의 설계자'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다. 2013년 머스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LA를 잇는 하이퍼루프 열차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누구든 개발에 나설 것을 권유했다. 이후 2016년 5월 미국의 '하이퍼루프원'이라는 기업이 네바다주 사막에서 첫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 버진그룹을 이끄는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하이퍼루프원을 2017년 인수해 버진하이퍼루프원으로 개칭한 뒤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4억3000만유로(약 5500억원)를 들여 하이퍼루프 연구센터를 짓는 중이다.

佛 툴루즈에 하이퍼루프 시험 트랙

하이퍼루프 열차는 미국에서 신호탄을 쏘아올렸지만, 최근 들어 유럽이 개발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툴루즈에 시험 트랙을 완공한 HTT에 이어 경쟁사인 캐나다의 트랜스포드도 프랑스에서 트랙 개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국의 우주항공 기업 버진그룹도 스페인에 연구센터를 지어 경쟁에 뛰어들기로 했고, 네덜란드에서는 하르트란 기술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캐나다 기업 트랜스포드가 추진하는 ‘하이퍼루프’ 열차의 개념도. 하이퍼루프 열차는 캡슐형 원통 안에서 자기 부상 방식으로 운행하는 초고속 열차를 말한다. 하이퍼루프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이 열차는 출발한 지 5분 만에 시속 1000㎞로 속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최고 시속 1200㎞까지 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캐나다 기업 트랜스포드가 추진하는 ‘하이퍼루프’ 열차의 개념도. 하이퍼루프 열차는 캡슐형 원통 안에서 자기 부상 방식으로 운행하는 초고속 열차를 말한다. 하이퍼루프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이 열차는 출발한 지 5분 만에 시속 1000㎞로 속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최고 시속 1200㎞까지 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트랜스포드 제공
HTT가 툴루즈에 시험 트랙을 만든 이유는 이 지역이 '유럽의 에어로스페이스 밸리'로 불리며 차세대 교통수단과 관련한 인력과 기술이 집약된 곳이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의 본사와 연구센터가 자리잡고,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소(CNES)가 있는 곳이 툴루즈다.

HTT는 작년 11월 스페인에서 '퀸테로 원(Quintero One)'이라고 이름 지은 하이퍼루프 열차 시제품을 공개했으며, '퀸테로 원'을 툴루즈의 시험 트랙에 가져가 오는 4월부터 사람과 화물을 싣고 시범 주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퀸테로 원'은 사람이 탈 수 있는 실물 크기 하이퍼루프 열차로는 처음 대중에 공개된 모델이다. 길이 32m, 무게 5t에 28~40명이 탈 수 있는 2층 구조다.

미국 기업 HTT가 작년 11월 스페인에서 공개한 하이퍼루프 열차 ‘퀸테로 원’ 시제품. 사람이 탈 수 있게 설계된 첫 제품이다.
미국 기업 HTT가 작년 11월 스페인에서 공개한 하이퍼루프 열차 ‘퀸테로 원’ 시제품. 사람이 탈 수 있게 설계된 첫 제품이다. /HTT
캐나다 트랜스포드도 툴루즈에서 멀지 않은 프랑스 중부 도시 드루(Droux)에 연구시설을 갖추고 길이 3㎞짜리 시험 트랙을 만들고 있다. 세바스티앵 장드롱 트랜스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에서 개발 경쟁에 속도가 붙고 있어 10년 안에 상업 운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최근 일간 르파리지앵 인터뷰에서 말했다.

암스테르담―프랑크푸르트 구간 50분에 주파

파리-마르세유 교통수단별 소요 시간 표

벌써부터 유럽 각지에서는 구체적인 하이퍼루프 열차 노선을 구상하고 있다.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을 운영하는 스키폴그룹은 암스테르담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450㎞를 잇는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열차나 자동차로 4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지만 이동 시간을 50분으로 줄여 획기적으로 두 도시 간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이미 스키폴그룹은 네덜란드의 하이퍼루프 개발 회사 하르트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영국에서는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수도 런던과 북부 중심 도시 에든버러를 하이퍼루프 열차로 연결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브랜슨 회장은 "현재 4시간 30분 걸리는 런던-에든버러 구간을 45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수도 파리에서 지중해 연안의 마르세유까지의 노선이 우선 거론된다. 현재 이 노선은 승용차로 8시간, 고속열차(TGV)로 3시간, 비행기로 1시간 15분이 걸린다. 하지만 하이퍼루프 열차를 투입하면 40분에 주파가 가능할 전망이다.

출발 5분 만에 시속 1000㎞ 도달

하이퍼루프 열차는 기존 고속열차보다 역 간 거리를 좀 더 짧고 촘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기저항이 없어 속도를 높이고 낮추는 게 훨씬 쉽기 때문이다. 출발한 지 5분 만에 시속 1000㎞로 속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장점을 잘 활용하면 여객은 물론이고 화물 운송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트랜스포드의 장드롱 CEO는 "한 대도시 안에서 지하철을 엮는 것과 비슷하게 50년 안에 유럽의 주요 도시를 하이퍼루프 열차로 연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 상업 운행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기술 분야의 '스턴트 쇼(stunt show)'라는 조롱도 나온다. 아이디어만 그럴듯할 뿐 상용화의 길이 멀다는 것이다.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주요 국부펀드나 연기금이 관심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중동에서 하이퍼루프 열차 도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오일 머니'가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했다. HTT는 작년 4월 아부다비에서 두바이 구간을 연결하는 하이퍼루프 열차 건설 계약을 아랍에미리트 정부와 맺었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하이퍼루프 열차는 태양열이나 전기를 주로 이용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며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빨리 상용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하이퍼루프(hyperloop) 열차

공기를 거의 뺀 캡슐형 원통 안에서 자기 부상 방식으로 운행하는 초고속 열차를 말한다. 공기와 철로의 저항을 거의 없애 최고 시속 1200㎞까지 달릴 수 있다. 현재의 고속철도보다도 3~4배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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