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무선 이어폰이 암 유발?…전자파 발생 “김치·피클과 같은 수준”

조선비즈
  • 김태환 기자
    입력 2019.03.24 06:00

    일상 생활 속 전자기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비이온화 전자파(EMF)’의 인체 영향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다. 무선 이어폰이 암을 유발한다는 등의 불명확한 풍문은 막연한 걱정을 넘어 공포심마저 들게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 미약하게 태양광, 지구 지자기장 등 전자파의 영향을 매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인체 악영향은 기우에 불과하다. 전자파의 인체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찾기 위한 예방적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발암 유발 요소 등급표. /국립전파연구원 제공
    실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극저주파 자기장과 휴대전화 전자파(RF)를 ‘암 유발 가능 그룹(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으로 분류하고 있다. 암 유발 가능 그룹은 1등급부터 4등급 가운데 2B에 속하는 집단으로 통상 사람에 대한 발암근거가 제한적인 경우를 말한다.

    휴대전화 전자파와 같은 2B 등급의 인자는 김치, 피클 같은 절임 채소가 대표적이며 젓갈, 가솔린 엔진가스, 납 등 총 291종이 있다. 강한 세기의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일상 생활에서 유해성 정도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매일 야외 활동에서 만나게 되는 자외선이 ‘암 유발 후보그룹’ 2A 등급이란 점을 비교하면 전자파의 암 유발 가능성은 사실상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전자파의 일종인 저주파 전기장은 커피와 같은 3등급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전자파의 위험성은 전자파의 세기가 유발하는 인체 온도 상승과 관련이 있다. 비이온화 전자파는 약 3x1015Hz 이하 주파수 영역대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에 의해 대기 중에서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는 에너지로 엑스선이나 감마선처럼 물질의 성질을 바꾸지 못하지만 열과 자극을 준다.

    관련 학계에서는 전자파의 세기가 강해 체온이 올라가면 인체 위해성도 올라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세포가 변형돼 암세포 등 비정상적인 성장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제 암연구소가 RF 전자파를 2B 등급으로 분류한 이유도 휴대폰을 10년 동안 매일 30분씩 한쪽 귀로 통화를 하게 되면, 악성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종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한 내용이다.

    다만, 일상에서 주파수가 높고 강한 세기의 전자파에 직접 노출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국립전파연구원은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세계 규격과 동일하게 전자파흡수율(SAR)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기준은 조직 1그램(g) 당 평균 1.6 와트/킬로그램(W/kg)으로 인체의 온도 1°C가 상승할 수 있는 산술적으로 계산된 전자파 강도 값의 5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국내 기준은 국제 기준 2W/kg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평소 사용하는 가전기구나 무선 이어폰, 핸드폰, 디지털카메라 등 전자기기는 모두 이 기준에 맞춰 유통되기 때문에 안전하다. 무선 이어폰의 경우 전자파 흡수율은 최대 0.2 W/kg이며, 출력값 또한 기준치 20밀리와트(mW) 이하로 아예 측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강한 전자파로 인한 열 작용이 아니라면 아직까지 위험성이 확인된 바는 없다. 미약한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됐을 경우 인체 유해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는 생활 속 조건 변수를 다루기 어렵고 장기 관찰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정설이 없다.

    김기회 국립전파연구원 전파환경안전과 연구관은 "일상 생활에서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자파 발생 상황은 거의 없다"면서 "미약한 전자파의 장시간 노출 등의 인체 영향에 대해서 아직 이렇다 할 답은 알 수 없어 어린이의 경우 예방적 차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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