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주총, 의결권 자문사 입에 쏠린 눈

조선일보
  • 신은진 기자
    입력 2019.03.15 03:11

    - 주총시즌 3대 관전 포인트는?
    자문사가 기관투자자 표심 좌우… 배당 늘리는 등 주주 마음 잡기
    참석 필요없는 전자투표도 변수

    현대차현대모비스 지분 8.7%, 9.5%씩을 갖고 있는 2대 주주 국민연금은 14일 주주총회 핵심 안건에서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내놓은 배당 확대와 3명의 사외이사 추천 등 주주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현대차 측 제안에 찬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오는 22일 정기 주총에서 현대차 측 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현대차 편을 들어준 것은 앞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현대차 제안에 찬성 의견을 밝힌 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0개월 전에는 정반대 일이 발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을 위한 임시 주총을 열기로 했다. 엘리엇은 공정하지 않은 합병이라며 반대했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 기관은 모두 엘리엇 손을 들어줬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표 대결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임시 주총을 취소했다.

    ◇주총 주연으로 떠오른 의결권 자문 기관

    3월 정기 주총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마다 '주총 비상'이 걸렸다. 올해는 의결권 자문 기관의 의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의 반대 의견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행동주의 펀드 개입과 맞물려 이들이 각 대기업의 주요 안건을 좌지우지하는 수준까지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다.

    막 오른 정기 주주총회, 3대 관점은
    /뉴시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들은 과거 주총 거수기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투자한 회사가 많다 보니 의안 분석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의결권 자문사의 의안 분석 서비스를 받으면서 의결권 행사 권고안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주총을 앞둔 대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의결권 자문 기관뿐 아니라 소액 주주들에게도 신경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주주 친화 경영방안으로 내놓은 대표적인 것이 배당 확대다. 행동주의 펀드 KCGI와 표 대결을 앞두고 있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을 배당하기로 했다. 2017년의 배당 수준은 3.1%였다. 포스코도 올해 배당금을 전년 대비 2000원 늘어난 주당 1만원으로 확대했다.

    주주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오는 26일 주총에서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질의응답 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사외이사 추천에 주주 목소리를 반영하는 곳도 있다. 현대차는 올해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서 주주 추천제를 처음으로 도입해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확대되는 전자투표… '그림자 투표' 폐지로 인한 주총 대란 막나

    주요 대기업들이 각 계열사 주총을 분산 개최하고, 전자투표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도 올해 주총의 새로운 트렌드다. CJ그룹은 올해 계열사 주총을 분산 개최하고 전자투표제를 확대한다. 신세계그룹이마트·신세계건설 등 상장사 7개사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자계열사는 오는 20일, 생명 등 금융계열사는 21일, 삼성물산 등은 22일로 나눠서 진행한다. 한진그룹도 대한항공은 27일, 한진칼은 29일 주총을 열기로 했다.

    대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율을 높이고 주주권리 확대를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2017년 말 폐지된 '그림자 투표'(섀도 보팅)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림자 투표는 주총에 불참한 주식을 참석 주식 수 찬반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는 제도다. 이 제도 폐지 후 지난해 상장사 76곳이 의결 정족수 미달 사태를 겪었다. 특히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3%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3% 룰' 규정 때문에 소액 주주가 많은 회사들이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데 실패한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주주총회 결의 요건에서 발행주식 총수 요건을 폐지하고 출석한 의결권의 과반수로 가결되도록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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