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일감받고 억대 연봉 '플랫폼 근로자' 아시나요

조선일보
  • 김충령 기자
    입력 2019.03.15 03:11

    알바도 직장인도 아닙니다… 4차산업시대 신종 일자리

    울산에 사는 웹디자이너 박성호(38)씨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고객의 일감을 확보한다. 고객이 앱을 통해 "인터넷 홈페이지, SNS(소셜미디어) 관련 디자인을 해달라"고 요청하면 박씨는 그때부터 작업에 들어간다. 온라인 일자리 중개 업체가 운영하는 앱에 미리 본인이 가능한 웹디자인과 가격을 등록해두면 고객들이 이를 보고 주문을 넣는 것이다. 박씨는 "웹디자인 분야는 그동안 제각각 알음알음으로 일감을 따는 방식이다 보니 공임이 천차만별이었다"며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여러 명의 웹디자이너를 비교·선택하면서 공임은 싸졌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는 일감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수익은 2억원을 넘었다"고 했다.

    SNS로 일감받고 억대 연봉  '플랫폼 근로자' 아시나요
    박씨는 '플랫폼 근로자(platform worker)'라고 불린다. 개인이 별도의 사무실을 갖지 않고, 온라인 일자리 중개 업체를 통해 스마트폰 앱이나 PC 홈페이지에서 일감을 수주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업자 등록증 없이도 개인 자격으로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대리 기사, 골프장 캐디와 같은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와도 다르다. 골프장과 같은 특정 조직에 전속(全屬)돼 있지 않다. 초기에는 심부름 대행이나 가사 대행과 같은 단순 업무 분야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웹디자이너나 요가 강사에서 법률 상담에 이르기까지 전문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도 이런 플랫폼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다.

    웹디자인에서 사주·운세, 연애 상담, 법률 상담까지… 확산되는 플랫폼 근로자

    요가 강사 김모(31)씨는 일자리 연결 업체를 통해 '방문 요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로 피트니스센터 방문이 어려운 주부나 출산을 앞둔 임신부가 앱에서 신청하면 김씨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자택으로 찾아간다. 그는 "피트니스센터에선 1회 수업에 7만~10만원이지만, 내 경우는 5만원만 받는다"면서 "자택으로 찾아간다는 점은 기존 피트니스센터가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라고 말했다.

    악기 연주법을 가르쳐주거나 보컬 지도를 하는 경우도 많다. 보컬 레슨은 보통 1시간 수업료가 3만~10만원. 레슨을 받은 고객은 마치 온라인 쇼핑몰에 구매 후기를 올리듯 강사에 대한 평가를 올릴 수 있다. 지난달 보컬 레슨을 받은 이영민(35)씨는 "한 웹사이트 안에서 여러 강사가 경쟁을 하게 돼 고객 입장에선 좀 더 저렴하고 열의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사주·운세나 연애 상담도 이런 플랫폼 근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화장품 업계 20년 경력자가 새로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려는 중소기업에 제품 출시·광고 비법을 전수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비용은 1회에 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지만, 딱 맞춘 마케팅 전략 노하우를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컴퓨터 전문가가 문외한인 고객과 컴퓨터를 사러 같이 가는 서비스도 있다. 가격은 1만원 내외다. 해외여행 계획도 대신 짜주고, 심지어 법률상담을 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에 등장한 플랫폼 근로자 직업군이 약 300~500개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만간 한국 근로자의 20~30%가 플랫폼 근로자 될 것"

    국내 플랫폼 근로자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는 없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 근로자의 26%가 플랫폼 노동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은 31%, 프랑스는 30%에 달한다. 스웨덴(28%)·독일(25%)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도 이 같은 새로운 노동 형태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추세라 조만간 전체 근로자의 20~3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근로자가 약 1400만명이므로 단순 계산으로는 플랫폼 근로자가 400만명을 넘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박 교수는 "국내 노동법 구조에서 '근로자'로서 보호를 받지 못하다 보니 업무 중 산재를 당하는 등 피해를 입어도 구제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플랫폼 근로자의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고, 우리도 변화의 흐름에 맞게 관련 노동 법규를 손보는 등 적응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근로자 (platform worker)

    스마트폰 앱에 본인의 전문 능력을 등록했다가 고객이 등장하면 일감을 받는 근로자. 예컨대 요가 강사가 일대일 강습 의뢰를 받아, 고객의 집으로 찾아가 강습해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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