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다리 진입로에 선 사고차 감지… 조금씩 핸들 꺾으며 통과

조선일보
  • 김봉기 기자
    입력 2019.03.14 03:08

    자율주행차 'A1' 시승기

    지난 10일 오전 11시 10분쯤 영동대교 인근 강변도로. 차량 뒷좌석에 앉아 설치된 화면을 보니 빨간색으로 표시된 물체가 오른쪽 5시 방향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자율주행차 센서로 감지한 주변 상황이 모니터에 표시된 것이다. "이게 뭐지" 하며 고개를 돌려보자, 옆 차선 뒤쪽에서 달려오는 트럭이 눈에 확 들어왔다. 불과 30~40m만 더 가면 두 차선이 하나가 되는 합류 지점. "혹시 부딪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차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데도, 속도를 알아서 줄이더니 트럭이 지나간 뒤 스스로 운전대를 꺾어 그쪽 차선으로 들어갔다.

    ◇'눈' 12개가 차량 주변 감지

    기자는 이날 5G 자율주행차 'A1'에 탑승해 영동대교~성수대교 8㎞ 구간을 달렸다. 일요일이긴 했지만 일반 차량이 꽤 많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A1은 한양대 에이스랩이 현대차 그랜저 차량을 개조해 만든 자율주행차로, LG유플러스가 여기에 5G(5세대 이동통신)망을 연결했다. 자율주행은 이날 오전 11시 한양대 인근인 서울 성수동 한강수도사업본부 앞에서 시작됐다.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이 핸들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라는 안내 음성과 함께 A1이 직접 운전에 들어간 것. 운전석에 있던 연구원이 가만히 있는데, A1이 스스로 알아서 운전대를 꺾고 속도를 조절했다.

    5G 자율주행차 ‘A1’이 지난 10일 영동대교에 진입하던 중 정차한 차량을 발견하고 속도를 낮추고 있다. 가운데 사진은 A1에 장착된 각종 센서들이 감지한 주변 차량 데이터를 내부 모니터에 띄운 모습.
    5G 자율주행차 ‘A1’이 지난 10일 영동대교에 진입하던 중 정차한 차량을 발견하고 속도를 낮추고 있다. 가운데 사진은 A1에 장착된 각종 센서들이 감지한 주변 차량 데이터를 내부 모니터에 띄운 모습. /김봉기 기자

    한 차선밖에 없는 영동대교 진입로에선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차가 고장 났는지 한 운전자가 비상용 삼각대를 세워놓고 비상등을 켠 채 오른편에 차를 대고 있던 것. 앞에 가던 다른 운전자들은 몰던 차를 진입로 왼쪽으로 바싹 붙여 좁은 공간을 지나갔다. A1도 속도를 늦추더니 핸들을 조금씩 왼쪽으로 꺾으며 비슷하게 이 구간을 무사히 통과했다. 일반 도로에서 과속방지턱이 나타났을 땐 이를 감지한 뒤 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A1은 이날 8㎞ 구간을 약 20분 동안 자율주행 모드로 달렸다.

    기자는 이날 차량 내 모니터를 통해 A1이 어떻게 주변을 인지하는지 볼 수 있었다. 이 모니터에는 모두 12개의 '눈'에서 보내주는 주변 차량과 도로 상황이 망라됐다. 앞·뒤 범퍼에 3개씩 장착된 라이다를 비롯, 지붕에 라이더 2개, 앞 범퍼 안에는 레이더, 차량 앞 창문에 설치된 신호등·표지판 감지 카메라와 차선 감지 카메라 등이 차량 컴퓨터로 전송해준 정보였다. 여기에다 5G망을 통해 본부 센터에서 보내준 교통 정보도 들어왔다. 라이더와 레이더는 레이저 내지 전자기파를 쏜 뒤 반사돼 오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변 물체 위치와 속도 등을 감지하게 해주는 장비다.

    ◇5G 자율주행차 가능성과 한계도 함께 보여줘

    A1을 이날 탑승하면서 5G 자율주행차의 현주소와 한계도 볼 수 있었다. 먼저 아쉬운 점은 '5G자율주행차'라는 명칭에 걸맞은 5G 역할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다. A1은 5G망으로 아직 원격 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트렁크 안에 설치된 컴퓨터가 라이다와 레이다, 감지 카메라 등에서 보내준 주변 정보를 종합·분석해 운행하는 단계다. 기존 자율주행차와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A1에 5G망을 통해 주변 교통 정보를 전송한다지만, 이 역시 현재 LTE(4세대 이동통신)에서 차량용 내비게이션 앱에 정보를 보내주는 수준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LTE보다 수십 배나 빠른 5G 기술이 자율주행차와 만났을 때 어떤 혁신이 발생할지는 이번 시승으로는 알 수 없었다. 기자가 너무 큰 기대감을 가졌기 때문일까.

    이날 LG유플러스는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가 촬영한 주행 도로 동영상을 5G망으로 본부 센터에 전송해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센터 내 다른 연구진도 A1 탑승자들이 보고 있는 도로 상황을 시간차 없이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자율주행에 직접 연관된 기술은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A1은 우리나라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앞서가는 미국·일본·중국 등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처럼 5G망 구축이 빠른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비록 자율주행 기술 자체는 현재 외국보다 뒤질 수 있지만, 노력하기에 따라 5G를 접목한 자율주행차 분야에선 얼마든지 앞서나갈 수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은 1~5까지 다섯 단계로 나뉘는데, 현재 대부분 운전자 개입 없이 달릴 수 있는 4단계인 '고도 자율주행'에 와있다. 운전자가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5단계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하려면 5G망 연결이 필수적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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