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쏘나타, 택시로 안 만드는 이유...제네시스 판매 전략?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입력 2019.03.12 05:00

    현대자동차(005380)의 중형세단 쏘나타는 오랜 기간 ‘택시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택시 모델이었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완전변경해 출시할 때마다 택시 트림을 만들어 공급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택시로 이용하게 될 쏘나타는 출시된 지 몇 년이 지난 구형 모델로만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이달 출시할 8세대 신형 쏘나타부터 더 이상 택시 모델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달 출시를 앞둔 현대차 8세대 신형 쏘나타/현대차 제공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8일 "신형 쏘나타는 개발 초기부터 택시 모델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사양들을 배제하고 설계됐다"며 "지난해부터 법인영업본부에도 신형 쏘나타는 택시로 출시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공지해 왔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쏘나타 택시의 공급을 당장 전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영업용 택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형 쏘나타 출시 후에도 당분간 아산공장에서 택시로 공급할 구형 쏘나타를 병행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를 택시로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표면적인 이유는 브랜드 고급화 전략 때문이다. 쏘나타는 지난 1985년 첫 선을 보인 후 30년 넘게 한국의 대표적인 중형세단으로 입지를 다졌지만, 동시에 택시와 렌터카 등 법인차량으로 공급된 탓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는데는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한 때 ‘국민세단’으로 불렸던 쏘나타가 최근 몇 년간 부진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것도 택시 탓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소비성향은 돈을 더 쓰거나 차량의 크기를 줄여서라도 수입차나 고급 브랜드를 사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택시로도 판매되는 쏘나타는 점차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쏘나타 택시 트림/현대차 제공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를 택시로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판매량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신형 쏘나타가 택시로 나오지 않으면 새롭게 현대차의 주력 택시 모델이 되는 차종은 그랜저다. 지난 2016년말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여전히 택시로 판매되고 있다. 그랜저 택시의 비중이 늘어날 경우 준대형 세단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브랜드 이미지의 그랜저에서 한 단계 고급스러운 제네시스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형 쏘나타를 택시로 공급하지 않겠다는 현대차의 계획이 그대로 지켜질 지도 관심사다. 현대차는 이미 7세대 쏘나타를 출시할 때도 택시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판매 부진이 지속되자 슬그머니 택시 트림을 만들어 판매한 전력이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는 택시 트림이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5% 수준에 이른다"며 "승용모델에 비해 영업 경쟁이 훨씬 덜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이 보장되는 택시 시장을 계속 외면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포니 택시부터 아이오닉 택시까지…현대차의 택시 50년史

    현대차가 국내 시장에서 택시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68년 현대차는 포드와 기술 제휴를 통해 포드 코티나를 국내에서 생산해 택시로 판매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에 등장한 포니 택시/영화 화려한 휴가 캡처
    현대차가 순수 자체기술로 만든 차를 택시로 내놓은 시점은 1976년 포니 택시를 출시하면서부터다. 당시 국민차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형차 포니는 국내 택시 시장을 주름잡는 모델로 자리잡았다. 포니 택시는 ‘택시운전사’ 등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도 비중있게 등장했다.

    현대차는 1983년 스텔라 택시를 선보이며 소형차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던 택시 시장에서 처음으로 중형차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 2세대 쏘나타의 부분변경 모델인 뉴 쏘나타가 큰 인기를 끌자 1992년부터 정식으로 쏘나타에 택시 트림을 추가해 판매했다. 쏘나타 택시의 등장으로 국내 택시의 중심이 되는 차급은 소형차에서 중형차로 바뀌게 됐다.

    쏘나타는 현재 도로에서 택시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모델이다./조선일보DB
    현대차는 1992년부터 그랜저도 택시 트림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과거 ‘고급차의 대명사’로 불린 모델답게 출시 초반 그랜저 택시는 주로 모범택시로 활용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수입차 판매량이 늘고 그랜저의 고급 대형세단 이미지가 점차 퇴색되면서 그랜저도 자연스럽게 일반 택시로 판매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수소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차는 이같은 친환경차들을 택시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제주도에서 아이오닉 전기차를 택시로 공급했으며 일부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소전기택시도 선보였다. 프랑스에 투싼 수소전기차를 택시로 수출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도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택시 1200대를 판매하기로 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싱가포르에 1200대를 수출하기로 계약한 아이오닉 택시/현대차 제공
    지난 1월 정부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40년까지 국내에서 수소택시를 8만대 이상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차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어 현대차의 전기차, 수소전기차 택시가 곧 상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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