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까프' 화승 법정관리 신청...토종 패션 브랜드 몰락 이유는

조선비즈
  • 박용선 기자
    입력 2019.02.24 08:30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화승의 신발·스포츠 브랜드 ‘르까프’ 행사 포스터.
    토종 스포츠패션 브랜드는 왜 힘을 못 쓸까.

    토종 스포츠패션 업체 화승은 지난달 3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거부하면 화승은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화승이 운영하는 신발·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도 시장에서 사라진다.

    ◇ 화승, 기업회생절차 신청…‘르까프’ 사라질 위기

    르까프는 한 때 ‘국민 운동화’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현재는 50대 아저씨, 아줌마조차 사지 않는 브랜드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화승이 시대 변화에 안일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우선 르까프가 가진 ‘오래된 국내 브랜드’ 이미지를 떨쳐 내지 못했다. 신발·스포츠 브랜드로서 주 고객인 10~30대 젊은 고객을 사로잡지 못했다. 이는 최근 복고를 주제로 브랜드를 리뉴얼 해 젊은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인 휠라와 비교된다.

    판매 채널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지 못한 것도 화승 몰락 이유로 꼽힌다. 이유리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나이키·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 경쟁해 이길 수 있는 토종 브랜드는 별로 없다"며 "브랜드 대(對) 브랜드로 싸우기 보다는 온라인 등을 적극 활용해 소비자 접점을 늘려야 했다"고 말했다.

    토종 브랜드의 몰락 이유는 지난 2010년 부도 처리 된 ‘쌈지’ 사례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쌈지는 1990년대 중후반 핸드백 시장에 아이디어 번뜩이는 캐주얼풍의 백을 선보이며 국내 대표 잡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테마파크·영화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며 결국 파산했다.

    현재 벨트·지갑 등 쌈지 잡화 브랜드는 2010년 쌈지 부도 전 제품을 납품했던 국내 업체가 생산, 판매하고 있다.
    패션업계에는 ‘패션 산업의 핵심은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쌈지의 사업 확장은 방향성에선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본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 에너지를 너무 쏟았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2000년 들어 매출 1000억원을 찍은 중소·중견기업 쌈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사업 확장이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쌈지의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은 점점 떨어졌다.

    현재 벨트·지갑 등 쌈지 잡화 브랜드는 과거 쌈지에 제품을 납품했던 국내 업체가 제조, 판매하고 있다.

    ◇ 패션기업 경영인, 브랜드 가치 바라볼 수 있어야

    경영인의 가치관도 중요하다.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 회사의 지속성장을 이끌려는 게 아니라 눈앞의 이익만을 바라본다면 그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는 보통 회사를 매각한 후 경영인(오너)이 바뀌었을 때 일어난다.

    2010년 부도를 맞았던 ‘톰보이’가 그랬다. 톰보이는 1970년대 중후반 국내 패션 브랜드 최초로 여성용 청바지와 티셔츠를 선보이며 자유로운 영 캐주얼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6년 창업주 최형로 회장이 타계했고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후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박정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한양대 럭셔리연구소장)는 "브랜드는 패션 기업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며 "경영인이 브랜드에 대한 이해 없이 단기 이익 등 재무적인 측면만을 바라본다면 절대 회사가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톰보이는 2011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했다. 이후 사명을 신세계톰보이로 바꿨고 현재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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