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패소로 4700억 '폭탄'…車업계 “인건비 높아 고사 위기”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입력 2019.02.22 17:33 | 수정 2019.02.22 19:24

    기아자동차(000270)가 "정기적으로 받았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 시켜달라"며 노조가 낸 임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또 패소했다. 법원은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로 경영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는 기아차의 주장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1부는 22일 기아차 노조원 2만7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수당을 지급하라며 낸 임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아차 노조 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기아차가 노조에 지급해야 할 원금인 인정금액은 3125억원으로 지난 2017년 8월에 내려진 1심 판결의 3126억원에서 불과 1억원이 줄었다.

    기아차는 1심에서 인정금액에 연이율 6%를 적용한 지연이자를 합쳐 4223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의 지연이자를 반영하면 이번 2심 판결로 부담할 돈은 4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차는 2심에서도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준데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통상임금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매듭지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 역시 통상임금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업계 전체가 고사(枯死)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 경영위기 인정 못 받은 기아차…車 업계 "통상임금에 최저임금까지 겹쳐 부담 가중"

    기아차는 이날 통상임금 판결이 나온 뒤 즉각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아차는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자 "과거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해 임금을 정했는데, 노조가 이를 뒤집고 과거의 임금을 새로 계산해 소급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다"며 "이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2013년 갑을오토텍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을 근거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되지만, 3년치 정기상여에 대한 소급분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서울 양재동 기아차 본사/조선일보DB
    그러나 이번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회사의 당기순이익,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보유한 현금과 금융상품 규모, 수익성 등을 비춰볼 때 노조의 청구로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아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이미 통상임금에 대한 법적 문제를 마무리 해 이번 판결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거의 없다. 그러나 법원이 다시 한번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경영위기를 호소하는 기업의 입장을 외면한데 대해선 불만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미국 ‘관세폭탄’ 가능성 등 여러 대내외 악재까지 겹쳐 국내 자동차 업계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며 "통상임금 부담에 최근 최저임금까지 큰 폭으로 인상돼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사법부가 기업들의 어려운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입장자료를 통해 "이날 판결은 약속을 깬 한쪽 당사자의 주장만 받아들여 기업에만 부담을 지운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럽고 승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 기아차, 올해 실적에는 영향 없을듯…3차 소송 판결 주시

    한편 이번 판결이 기아차의 올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1심 판결이 나왔을 당시 이미 기아차는 추가 인건비 1조원을 충당금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2017년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1.1% 늘어난 14조1077억원을 기록했지만, 통상임금에 따른 충당금을 회계에 반영하면서 42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기아차는 이번 판결이 다가올 3차 소송에 미칠 영향에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날 나온 판결은 기아차 노조가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의 소급분을 달라는 1차 소송,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소급분에 해당되는 2차 소송에 대한 것이다. 노조가 2014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3년간의 소급분을 달라며 지난 2017년 11월 제기한 3차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날 판결의 핵심은 회사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신의칙을 사법부가 재차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다가올 3차 소송에서도 패소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얼마나 더 커질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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