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년후 은행원 10명중 1명은 '잉여인력'

조선비즈
  • 이종현 기자
    입력 2019.02.22 15:16

    금융硏 "은행 인력수요 2023년에 지금보다 4만명 감소"
    최근 5년 금융업 고용탄력성 -0.14…성장해도 고용 줄어
    은행업 비중 줄고 비대면 늘면서 은행 인력수요도 감소

    은행권 인력수요가 4년 안에 약 4만2000명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전체 은행원의 약 10%에 달하는 수치로, 10명 중 1명이 줄어도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는 말이다. 금융업 부가가치가 증가하는 등 금융산업은 계속 성장하는데도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은행권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22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금융연구원의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탄력성과 금융업권별 자산 비중 변화 등을 감안할 경우 은행업 인력수요는 올해 38만7128명에서 2023년 34만4718명으로 감소한다. 4년 안에 인력수요가 10% 이상 감소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금융위원회가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인력 수요와 공급 전망을 분석해 인력 양성 정책을 수립하는 기초 자료로 쓰기 위해 금융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맡긴 결과물이다.

    ◇은행 '고용 없는 성장' 본격화된다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은행권 인력수요 감소가 '고용 없는 성장'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 금융업 부가가치 규모가 전년대비 7.5% 증가한 101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봤다. 금융업 부가가치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선 건 작년이 처음이다. 금융업 부가가치는 카드사태 직후인 2000년대 초반을 제외하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8일 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나섰지만 국민은행 일선 지점에서는 큰 혼란이 없었다. 파업 당일 국민은행 강남대로 지점의 모습. /조선DB
    문제는 금융업의 성장이 고용 증가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업 부가가치 증가율이 취업자수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 고용탄력성을 보면 2001년 이후로는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5년만 보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근 5년(2014~2018년) 금융업 평균 고용탄력성은 -0.14를 기록했다. 금융업 부가가치가 1% 성장할 때 취업자수는 0.14% 감소한다는 말이다. 보고서는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전 금융권 인력수요가 올해 83만6220명에서 2023년 82만3768명으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업 중에서도 특히나 인력수요 전망이 어두운 곳이 은행이다. 보고서는 은행권의 인력수요가 2019년 38만7128명에서 2023년에는 34만4718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지점이나 인원 감축이 계속되고 있고, 전체 금융산업에서 은행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줄어드는 것도 인력수요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은행업이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59.1%에서 2023년에는 54%로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은행업 외에 상호저축(2만3329명→1만1362명), 자산운용·신탁(2만5957명→2만3425명)도 인력수요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험, 증권·선물, 여신 등은 인력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달 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나섰음에도 은행 지점 일선에서는 큰 혼란이 없었다"며 "은행원 없이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조사한 금융 채널별 거래 비중을 보면 대면거래 비중은 9.5%에 불과하다.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이 46.2%, CD·ATM 35.4%로 대부분의 금융 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은행권 임금·복지, 타금융권 웃돌아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의 평균 정규직 비율은 92.8%다. 국내 산업 전체의 정규직 비율이 67%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고용 상황이 다른 산업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인 것을 알 수 있다. 금융업의 평균 정규직 비율은 89.6%로 은행권 정규직 비율을 밑돌았다.

    급여 수준과 월 평균 근로시간 등 근로실태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도 은행권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좋았다. 연 5000만원 이상을 받는 근로자 비중은 은행이 74.3%로 전체 금융권 평균인 68.9%를 웃돌았다. 특히 상호저축(38.7%)보다는 연 5000만원 이상 근로자 비중이 두 배에 가까웠다.

    반대로 월평균 1인당 근로시간(정규직)은 은행이 167.2시간으로 전체 금융권 중에서 가장 짧았다. 여신전문금융회사가 197.5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증권·선물(185.3시간), 신협(180.3시간) 등은 은행보다 월 평균 13시간 이상 근로시간이 길었다.

    이같은 복지 수준과 업무 강도 등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노동이사제 도입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은행 파업때 봤듯이 은행을 이용하는 많은 고객은 은행 종사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에 비해 (그들이 받는) 대우가 적당한 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은행의 임금과 복지 등 여러 근로여건이 다른 산업보다 훨씬 양호한 만큼 노동이사제를 은행이 먼저 할 필요성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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