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과속 1년새… 저소득층 '무직 가구' 43%→55%

조선일보
  • 김성모 기자
    입력 2019.02.22 03:13

    [소득절망 성장]
    경제적 약자 위한다는 정책이 가난한 사람 더 가난하게 만들어

    21일 발표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는 소득 주도 성장이 경제적 약자(弱者)에게 직격탄이 되는 정책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 근로자를 일자리에서 몰아내고 영세 자영업자를 빈곤층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반면 대기업·공기업 근로자, 전문직 등 고소득층은 유례없는 소득 증가라는 과실을 맛보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약자를 위한다는 정부가 실제로는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가진 사람을 더 잘살게 만드는 것을 보면, 과연 진보 정부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고용 참사·불경기 직격탄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5등분했을 때 가장 아래쪽에 있는 1분위 가구 소득은 1년 전에 비해 17.7% 감소해 역대 최대폭으로 줄었다. 국가에서 받는 보조금 등 이전소득은 52만원에서 58만원으로 늘었지만, 근로소득이 68만원에서 43만원으로 무려 36.8% 줄었다. 근로소득이 이렇게 크게 감소한 것은 월급이 줄어서가 아니라 아예 일자리가 없어져 실업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1분위 가구 중 근로자 가구 비율은 2017년 4분기에는 42.6%였다가 2018년 4분기 28.5%로 급감했다. 반면 가족 모두 무직자인 가구 비율은 43.6%에서 55.7%로 12%포인트 늘었다.

    올해 4븐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 및 전년 대비 증감률 그래프
    그래픽=김현국

    1분위 바로 위에 있는 2분위(소득 하위 20~40%) 계층은 근로소득보다 사업소득 감소로 충격을 받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불경기 영향으로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2015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3.4% 감소했는데, 그중에서도 영세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2분위 계층의 사업소득이 유독 크게 떨어졌다. 2분위 계층은 1년 전 65만1000원이던 사업소득이 52만9000원으로 18.7% 감소하면서 전체 소득이 4.8% 줄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분위에 속해 있던 자영업자 중 상황이 어려운 일부는 1분위로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최상위 소득층인 5분위 계층은 근로소득(14.2%), 사업소득(1.2%) 등 대부분 소득이 늘며 전체 소득이 10.4% 늘었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폭이다. 5분위는 가구당 취업자 수도 2.02명에서 2.07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분배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꼽는다. '최저임금 인상→임시직 실업 증가와 영세 사업장 폐업률 증가→수익 감소' 등으로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펼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불평등이 개선된다고 주장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증명된 셈이다. 조준모 교수는 "저소득층 위주의 극심한 '일자리 파괴' 현상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더한 소득 분배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이번 통계는 '예고편'에 불과"

    문제는 앞으로 소득 분배 지표가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도 최저임금이 크게(820원 인상, 증가율 10.9%) 올랐기 때문에, 작년(1060원 인상, 16.4%) 인상 효과와 합쳐져 내년 이맘땐 '절망적' 통계가 나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중산층 자영업자들의 고객이 되는 1·2분위의 소득 악화는 결국 '중산층 연쇄 몰락'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고,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차등 지급하는 식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고,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고용 과보호 문제를 해결하는 등 기업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는 이번 분배 참사에 대해 정책 실패보다는 인구 문제와 기저효과 등에서 원인을 찾았다. 인구 고령화 현상으로 소득 하위 20%(1분위) 계층에 근로 능력이 취약한 고령가구 비중(2017년 37.0%→2018년 42.0%)이 커졌고, 작년 4분기와 비교 대상이 된 2017년 4분기에 유독 1분위 근로소득이 20.7% 크게 올랐던 측면(기저효과)도 있었다는 것이다. 대책도 세금을 동원한 기존 정책 중심이었다. 정부는 이날 "기초연금 인상,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 실업급여 인상, 근로장려금(EITC) 확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사업을 착실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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