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20% 소득, 작년 4분기에 17.7% 급감 '사상최대'

입력 2019.02.21 12:00

저소득층·고소득층 배율 5.47배, 사상 최대치
근로소득·사업소득 급감…"최저임금 인상 여파"

1분위(하위 20%)의 작년 4분기 월평균 소득이 전년동기대비 17.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직이 늘면서 근로소득이 36.8% 감소한 영향이다. 평균 소득 감소율과 근로소득 감소율 모두 계층별 소득 통계가 작성된 후 사상 최대다. 소득하위 20~40% 계층인 2분위 소득도 4.8% 줄었다. 소득 1, 2분위 소득은 지난해 1분기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 2분위 소득이 4개 분기 동안 연속적으로 감소한 것도 통계 작성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활안정을 위해 작년 10월부터 아동수당을 월 10만원씩 지급했고,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상한액은 월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했지만,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게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4, 5분위(소득 상위 40% 이내)는 소득이 증가했다. 상위 20%인 5분위 소득은 사상 최대인 10.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득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5분위 평균소득을 1분위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은 5.47배를 나타내며 사상 최대치(매년 4분기 기준)를 나타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불균형이 사상 최악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다.

◇1분위 소득, 사상 최대 감소…5분위 소득, 사상 최대 증가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작년 4분기(10~12월) 월 평균 소득은 123만8200원으로 전년대비 17.7% 감소했다. 근로소득이 36.8% 급감하면서 소득 감소폭이 커졌다.

1분위와 5분위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감율 추이 /통계청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 가구도 월 평균소득이 277만3000원으로 전년대비 4.8% 감소했다. 근로소득이 미세하게 증가(0.4%)했지만, 사업소득(-18.7%)과 재산소득(-43.8%)이 급감한 여파를 막지는 못했다. 1, 2분위 소득은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3분위(소득하위 40~60%)부터는 소득이 증가했다. 3분위 월평균 소득은 전년대비 1.8% 증가한 410만9800원으로 집계됐다. 고소득층이라 할 수 있는 4분위(소득상위 20~40%) 월평균 소득은 전년대비 4.8% 증가한 557만2900원, 5분위(소득상위 20%) 월 평균소득은 전년대비 10.4% 증가한 932만43000원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 계층일수록 소득 증가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소득 상하위 격차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로 4분기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 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소득 1분위와 5분위 간 격차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소득분배를 개선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불균형이 사상 최대로 확대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했음에도 고소득층 소득이 늘면서 전체 가구의 소득은 증가했다. 4분기 평균 가구당 월 소득은 460만6100으로 전년대비 3.6%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1.8% 늘었다. 근로소득은 전년대비 4.8% 증가했고 재산소득 4.9%, 이전소득은 11.9% 늘었다. 반면 사업소득은 3.4% 줄어 2015년 3분기 이후 13분기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최저임금發 고용급감 여파, 소득분배 정책 효과 압도"

저소득층 소득이 크게 감소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주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분위는 근로소득이 전년대비 36.8% 급감한 43만5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0.81명이었던 1분위 가구 평균 근로자수가 0.64명으로 줄어든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2분위 가구 근로자수도 1.31명에서 1.21명으로 줄었다. 저소득 일자리가 많이 분포돼 있는 임시·일용직 취업자가 지난해 4분기 15만1000명 줄어든 여파가 근로소득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1, 2분위는 사업소득도 각각 8.6%와 18.7% 급감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폐업 등이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지난해 8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서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들이 최저임금 인상 규탄 집회를 열고 정부에 “자영업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선DB
반면 고소득층의 근로소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득 3분위와 4분위 근로소득은 전년대비 4.8%, 4.7% 증가한 268만1700원과 392만8400원 수준이었지만, 5분위 근로소득은 전년대비 14.2% 증가한 688만5600원이었다.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가구 당 근로자수가 증가하는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하고 있다. 3분위 가구 근로자수는 1.56명으로 전년(1.50명)보다 4% 증가했고, 4분위는 1.79명으로 전년(1.77명)보다 1.1% 늘어났다. 5분위 가구 근로자수는 2.07명으로 전년(2.02명)으로 전년대비 2.4% 증가했다.

고용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저소득층 중심으로 소득이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크게 늘어났다. 비소비지출은 세금과 대출금 이자비용,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지출 등이 포함됐다. 지난 3분기 비소비지출은 95만3900원으로 전년대비 10.0% 증가했다.

가구 내에서 현금 증여 등을 보여주는 가구간 이전지출은 23만5200원으로 전년대비 6.2% 감소했다. 각종 세금부담을 보여주는 경상조세는 29.4%, 대출 이자비용 지출은 24.1%, 사회보험은 11.6%, 연금지출은 12.1%씩 증가했다. 상속세와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이 포함된 비경상조세도 38.4% 증가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정부가 아동수당 지급, 기초연금 인상 등 공적이전소득을 확대하며 소득분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고용시장 악화 정도가 너무나 심각해서 정부 정책효과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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