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한국 인공태양 'KSTAR' 세계 최초 1억℃ 돌파

조선일보
  • 최인준 기자
    입력 2019.02.14 04:38 | 수정 2019.02.14 07:25

    태양의 원리 모방한 '꿈의 에너지' 첫 기술 장벽 고온 플라스마 달성
    핵융합 환경 구현은 한국이 처음… 장시간 운전·국제공동연구 과제도

    국가핵융합연구소는 13일 "지난해 8월 말부터 12월까지 진행한 케이스타(KSTAR·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실험에서 핵융합의 핵심 운전 조건인 섭씨 1억도의 초고온 고성능 플라스마(plasma·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 가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인위적으로 일으키려면 고온, 장시간, 고밀도의 플라스마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 중 첫 기술 장벽인 고온 플라스마 구현을 달성한 것이다.

    한국이 2008년 KSTAR를 가동한 지 10여년 만에 세계 최초로 1억도 플라스마 달성에 성공함으로써 불가능해 보이던 핵융합 발전(發電)의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이용해 전기를 만든다. 연료를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어 사실상 무한에 가깝고 환경오염이 없어서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원전과 달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다.

    ◇'꿈의 에너지' 실현에 한 걸음 다가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은 핵융합 반응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태양 내부에서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들이 융합하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감소되는 질량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개발 중인 핵융합 장치는 이처럼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를 모방하고 있어 '인공(人工) 태양'이라고 불린다.

    한국의 인공태양 KSTAR 그래픽
    자료=국가핵융합연구소

    문제는 태양의 핵융합을 지구에서 구현하는 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핵융합을 일으키는 플라스마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태양처럼 중력이 강력하거나 아니면 온도가 높아야 한다. 지구는 태양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 중력이 약하다. 대신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태양보다 훨씬 높은 1억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태양은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1500만도 환경에서도 핵융합이 일어난다.

    '플라스마 1억도' 달성만 놓고 보면 한국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성공이다. 중국과학원은 지난해 11월 '핵융합 유도 토카막 실험장치'(EAST)에서 플라스마를 1억도까지 가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한국의 케이스타 실험이 실제 핵융합 실현에 가까운 성과라고 말한다. 플라스마는 이온(원자핵)과 전자로 이뤄지는데 고온의 이온들이 부딪혀야 핵융합이 일어난다. 한국은 중성자빔으로 플라스마 이온의 온도를 1억도로 가열했다. 반면 중국은 주변 전자를 1억도로 높였다. 윤시우 케이스타 연구센터장은 "실제 핵융합을 일으킨다면 중국보다 한국 케이스타가 더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는 1억도 10초 유지가 목표

    한국은 이번 성과로 큰 산을 넘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최종 목표인 플라스마 1억5000만도 달성이 남아 있고, 핵융합이 일어나도록 1억도 이상의 플라스마를 오랜 시간 유지하는 과제도 남았다. 핵융합연구소는 이번 실험에서 1억도 플라스마를 1.5초까지 유지했다. 윤 센터장은 "올해 케이스타에 중성자빔 가열기를 하나 더 설치해 온도를 높여 1억도 상태를 10초까지 유지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핵융합의 두 번째 조건인 '장시간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공동 연구도 남아 있다. 핵융합 연구는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진행된다. 케이스타처럼 각국에서 독자적으로 초고온 플라스마를 만드는 융합로를 개발하는 한편 한국을 비롯한 세계 7국이 연합해 중수소와 삼중수소로 핵융합이 실제 일어나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지 실증하는 연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국제 공동 연구는 프랑스에 짓고 있는 국제핵융합로(ITER)가 2035년 완공되면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이 두 연구에서 성과가 나오는 2040년대 이후에 핵융합 상용 발전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이라는 또 다른 걸림돌이 생겼다. 최근 카이스트, 서울대에서 원자력 전공학과 지원자가 정원에 미치지 못해 핵융합 전문가 양성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핵융합 연구자 중에는 대학에서 원자력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다른 분야를 연구한 사람들이 많다. 한 관계자는 "핵융합은 물리학·전기공학 등 다양한 전공 분야 전문가가 활동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피해가 덜 하겠지만 연구 원동력이 떨어질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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