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카페 거리에 있는 한 상가 건물은 작년 토지 공시지가가 34억3294만원에서 올해 41억9244만원으로 22%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이 건물 소유주가 부담해야 하는 재산세 등 보유세가 1345만원에서 1675만원으로 25% 늘어난다. 정부가 단독주택에 이어 표준지 공시지가까지 큰 폭으로 올리면서 사회 전반의 파장이 예상된다. 표준지는 전국 토지 3309만 필지 중 대표성 있는 50만 필지다.〈키워드 참조〉

특히 올해는 일부 시세가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표준지를 '고가(高價) 토지'로 묶어 일반 토지보다 큰 폭으로 공시지가를 올렸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 명동 상권 건물들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일제히 100%씩 급등했다. 1위인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공시지가는 ㎡당 9130만원에서 1억8300만원으로 뛰었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시세 반영률이 떨어진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를 '현실화'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객관적 기준 없이 특정 지역이나 특정 금액대 땅의 공시지가만 차등적으로 올리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을뿐더러 소상공인 임대료 인상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싼 땅 공시가격 인상률, 일반 토지 3배

12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를 살펴보면 전국 평균 9.42% 올랐다. 서울 상승률은 13.8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작년(6.89%)의 두 배가 넘는다. 광주(10.71%), 부산(10.26%)이 서울에 이어 공시지가 상승 폭이 컸고 제주도는 9.74% 올랐지만 작년(16.45%)보다 상승 폭은 줄었다. 최근 제조업 경기 침체 여파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울산(5.40%)과 경남(4.76%)도 공시지가는 올랐다. 국토부는 "서울은 각종 개발 사업과 노후 아파트 재건축 등의 영향으로 공시지가도 비교적 많이 올랐다"며 "경기 침체 지역이라도 개별적 개발 호재, 입지 조건에 따라 시세가 상승한 경우가 있어 공시지가를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시세가 ㎡당 2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가 토지(전체의 0.4%) 공시지가를 일반 토지보다 두 배가량 많이 올렸다. 고가 토지 상승률은 20.05%, 일반 토지는 7.29%다.

'추정 시세'에 대해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인근 실거래가 등을 바탕으로 정부가 추정한 시세"라고 설명했다.

稅 부담 증가,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공시지가 인상으로 토지 소유자들의 세금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모의실험에 따르면 서초구 A건물 공시지가는 24.5% 오르지만 보유세는 46.2% 늘어난다. 종로구 표준지도 공시지가는 4074만원에서 5250만원으로 28.9% 오르지만 보유세는 38.32% 늘어난다.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는 소유 부동산 공시가가 오르면 건보료도 오르게 돼 노년층 은퇴 세대의 건보료가 급증하거나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등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의견을 조율해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공시지가 인상으로 소상공인 임대료가 오르고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임대료 전가나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하기 위해 재래시장 표준지 공시지가는 덜 올렸고,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은 10년간 계약을 유지할 수 있으며 임대료 인상률도 연간 5%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노태욱 한국감정평가학회장은 "서민·중산층 세 부담 증가나 젠트리피케이션 등을 예방할 대책부터 마련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개별지·아파트 공시價도 줄줄이 오를 듯

표준지 공시지가 인상으로 향후 발표될 다른 부동산의 공시 가격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당장 4월 말 발표 예정인 아파트(공동주택) 공시 가격이 관심사다.

기본적으로 땅값이 오르면 아파트 공시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아파트 공시지가는 이미 시세 상승분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으므로 토지만큼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개별지 공시지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개별지 공시지가는 각 지자체가 조사해 5월 31일까지 발표한다. 부산 한 구청 관계자는 "사실상 표준지 공시지가를 거의 그대로 적용해 개별지도 평가한다"고 했다.

☞공시지가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전국의 1월 1일 기준 땅값. 전국 토지 3300만 필지 가운데 대표성이 있는 50만 필지를 '표준지'로 선정해 그 공시지가를 매년 2월 발표하고, 이를 기준으로 주변 모든 땅의 공시지가(개별공시지가)를 매겨 5월에 발표한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국토교통부가 민간 전문가인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해 산정한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재산세·종합부동산과 같은 조세 분야, 건강보험료 산정, 복지 분야의 기초노령·장애인 연금 지급 대상자 선정의 기준이 되는 등 60여개 행정 지표에 활용된다.